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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내 범죄들’ 더 이상 묵인할 수 없다

기자명 : 조연희 입력시간 : 2014-09-01 (월) 15:14
‘군대 내 범죄들’

더 이상 묵인할 수 없다



선임들의 집단 가혹행위로 숨진 윤모 일병 사건 이후로 군대 내 관심병사들의 사건사고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 이미 한 단락 매듭지어진 사건들조차 재조명 받아 강도 높은 재수사도 이루어지고 있다. 경직된 군대의 서열문화로 인해 ‘교육’ 또는 ‘훈육’이라는 이름으로 가려진 잔혹행위들. 이로 인해 직접적으로나 간접적으로 피해를 입은 후임들은 군대라는 이름의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게 된다. 적응하지 못한 그들은 다시 군대생활에 있어 뒤떨어지는 부분이 생기게 되고, 그렇게 되면 다시 잔혹행위들이 이어진다. 이러한 패턴은 계속해서 반복된다. 오래 전부터 내려온 공포의 산물일까, 계급이 개인에게 주는 욕망의 분출일까. 죄의식 없이 감정표현의 하나로 여겨지는 폭력은 크고 작게 그리고 빈번하게 군대 내에서 일어나고 있다. 게다가 고통을 호소하는 후임보다는 조금 더 오래 봐온 선임들의 편에 서는 군대 지도부들과 수사관들의 암묵적 분위기도 피해자들을 더욱 위축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물론 모든 부대에 선후임간, 동기간의 불화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군대라는 특별한 무리는 잔혹행위가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 짙게 깔린 공간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우리는 다시금 주목받고 있는 군대 내 범죄들에 대해서 돌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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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행으로 사망한 윤 일병 + 휴가 중 동반 자살한 2명의 관심병사 
= 육군 28사단
부대 내 선임들에게 집단 폭행으로 숨진 윤 일병. 마치 일본군의 잔인함을 닮은 것 같은 그들의 잔혹행위가 세상에 밝혀지면서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그러던 중 이러한 여파가 잠재워지기도 전, 윤 일병이 소속된 육군 28사단 소속 관심병사 2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둘은 휴가를 나와 있다가 함께 동반 자살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달 11일, 휴가를 나온 B급 관심병사 이모(23) 상병과 A급 관심병사인 L(21) 상병이 서울 동작구의 한 아파트 21층 베란다 천장에 설치된 빨래건조대에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같은 본부중대에서 근무하고 있던 두 사람은 각각3일과 6일 휴가를 나와 이 상병은 11일 복귀 예정이었고 L상병은 14일 복귀할 예정이었다. 이 상병의 복귀 예정일이었던 사건 당일, 이 상병이 부대에 도착하지 않자 헌병대가 소재 파악에 나섰고 헌병대의 미복귀 전화를 받은 이 상병의 누나가 집에서 빨래 건조대 고정대 양 쪽에 목을 매 숨진 두 사람의 시신을 발견했다. 이 아파트는 이 상병이 누나와 함께 살던 집으로 발견 당시 이들은 사복을 입고 있었다. 현장에 있던 손가방 속에는 이 상병의 군번줄과 다이어리 메모가 발견됐다. 그곳에는 “긴 말씀 안 드립니다. 힘듭니다.”라는 짧은 메모가 적혀있었고 함께 발견된 휴대전화 메모에는 내무반의 특정인을 가리킨 “XXX 새끼”로 적은 메모와 근무가 ‘죽이고 싶다’는 글도 함께 발견되었다. 선임병을 죽이고 싶다는 메모에 대해서 28사단 정훈,공보참모는 “숨진 병사가 남긴 메모에 거론된 선임병은 작년 7월31일, 숨진 병사는 8월5일에 입대해 5일 차이로 입대한 선후임 사이로 물리적으로 위해가를 가할 수 있는 관계가 아니다”고 가혹행위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러면서 “메모에 거론된 선임병이 업무 수행하는데 미흡한 부분이 있어 자살한 병사가 이를 챙겨줘야 해 짜증이 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2012년에도 관심병사가 총으로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그곳 역시 28사단이었다. 폭력으로 숨진 윤 일병의 사망 사건도 28사단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이번 휴가 중 동반 자살한 상병들도 28사단 소속 병사들이었다.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물론 자살로 목숨을 잃은 병사들에게는 자신의 선택이라는 조건이 붙지만, 그 선택을 하기까지 또 그 선택을 하게한 원인은 분명 존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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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싸주는 울타리인가 가둬놓는 울타리인가
휴가 중 동반 자살을 한 두 병사 모두 군 당국의 인성검사에서 자살예측 판정과 복무 부적응 결과가 난 적이 있었다. 이 상병은 병영생활전문 상담관 면담과 여러 차례 군 병원의 정신과 진료를 받았었다. 또 지난 2월에는 자살 우려자들을 치유하는 사단 비전캠프에 입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마찬가지로 작년 9월에 28사단으로 전입한 L상병도 자살 충동 등 부대생활에 어려움을 호소해 병영생활전문 상담관 면담을 8회 가졌고 군 병원의 정신과 진료를 받아왔었다. 한 병사는 부대에서 이미 자살을 시도한 적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나 L상병은 휴가 전인 지난 6월 말경 같은 부대원에게 자살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따라서 이 부대원은 분대장에게 보고했고 분대장은 간부에게 이러한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던 것으로 잠정 조사되었다. 결국 부대에서는 별다른 조치를 내리지 않은 것이다.
특히 한 지난해 10월 부대에서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으며, 11월에는 부대를 탈영했다가 8시간 만에 체포되기도 했다. 해당 상병은 부대 측에서 현역 복무 부적합 심의대상으로 하려 했으나 부모 만류로 하지 못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해당 부대인 28사단에서는 오래전부터 발생한 자살사건과 구타 사건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2012년 발생한 총기 자살사건에 대해서는 사건 직후 외부에 절대 발설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리고 면회도 함께 금지시켰다. 최대한 사건은 조용히, 은폐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던 것이다. 또한 이번 구타사건인 윤 일병 사건에서도 보고체계가 엉망인 것이 함께 확인되었다. 국방부 감사관실에서 23명의 감사관을 투입해 감사를 진행한 결과 사건 내용이 당시 군 수뇌부인 김관진 국방장관과 권오성 육군총장에게 보고되지 않았던 것이다. 또 각 보고 라인에서 보고를 지연하거나 사건의 핵심 내용인 가혹행위 내용을 빠뜨리고 보고한 사실도 확인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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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장교 자살, 전면 재조사 실시
이렇듯 쉽게 은폐되고 축소되는 군대 내 범죄들에 대해 재조사가 이루어지기도 했다. 국민권익위원회에서는 4년 전 강원도 화천의 군부대에서 근무하던 여군 심모 중위의 자살 사망사건에 대해 전면 재조사에 나섰다. 당시 대대장으로부터 성희롱이 있었다는 의혹 때문이다. 당시 심 중위가 목숨을 끊기 전 일기에 따르면, 대대장인 A 소령에 대한 불편한 심정이 고스란히 적혀있다. ‘이 사람만 아니면 잘할 수 있을 텐데.’ 등 대대장이 휴게실에 불을 끄고 숨어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사결과, A 소령은 심 중위를 거의 매일 집무실로 불러 1~2시간씩 단둘이 있었고 운동을 하자는 이유로 늦은 밤에도 수시로 불러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심 중위는 6개월 동안 500여 차례 답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심 중위가 죽기 전, 심 중위 어머니께 전화를 걸어 한 시간 동안 아무 말 없이 운 적도 있었다.
심 중위가 숨진 뒤 A 소령에 대한 성희롱 제보가 잇따르자 소속 사단은 조사에 착수해 여군들을 상대로 한 노골적이고 모욕적인 성적발언 4차례에 대해 구두경고에만 그쳤다. 유족들은 진정서를 냈고 국방부는 재조사 끝에 같은 결과를 내놓았다. 이후 A 소령은 또 다른 부대에서 여군 장교를 성추행한 혐의가 드러나 보직해임과 3개월 정직 처분을 받게 되면서 국민권익위원회는 이를 계기로 전면 재수사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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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인권에 해당되는 예산 ‘병사 1명당 210원 꼴’
비단 병사들에 대한 문제는 28사단에만 해당되는 군 문제가 아니다. 18일, 우울증을 앓던 육군 관심병사가 자신의 집 옥상에서 1시간가량 자살 소동을 벌이는 일도 발생했다. 전남 여수시 모 빌라 7층 옥상에서 김모(22) 일병이 뛰어내리겠다고 소동을 벌인 것이다. 주민의 신고를 받은 119구조대는 1층 바닥에 에어매트와 매트리스를 설치해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고 김 일병을 상대로 설득 작업을 벌였다. 이 같은 소동은 군부대 관계자의 설득 끝에 김 일병이 1시간여 만에 스스로 옥상에서 내려오면서 상황이 종료됐다. 이 김 일병 역시 지난해 12월에 입대한 A급 관심병사였다. 김 일병의 경우 부대 내 부조리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육근은 현재 전 부대를 대상으로 병영 내 가혹행위 식별하기 위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병영 악습을 식별해 발본색원하기 위함이었다. 이 설문조사를 통해 드러난 가해자는 가혹행위 정도에 따라 엄중하게 처벌할 것을 육군 관계자는 밝혔다. 또 국방부는 전군 주요 지휘관회의를 통해 20개 과제로 구성된 ‘병영문화 혁신안’을 제시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심대평 대통령 소속 지방자치발전위원장이 공동위원장을 맡은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원회는 야전부대 현장 방문과 공청회, 각종 세미나 개최 등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오는 12월에 ‘병영문화 혁신안’을 채택할 계획이다.
국방부가 발표한 병영혁신안은 ▲장병의 권리침해 구제방안과 종교생활 및 진료 보장, 사적 제재금지, 병 상호 간 명령 지시 간섭금지 등의 내용이 담긴 군인복무기본법 제정 ▲구타 및 가혹행위 방지를 위해 제3자에 의한 신고 포상제도(군파라치) 도입과 이에 따른 신고자에 대한 불이익과 보복을 막는 제도적 장치 강구 ▲피해 병사가 인터넷을 통해 인권침해 사실을 알릴 수 있도록 하는 ‘국방 통합 인권 사이버시스템’ 구축과 동시에 병사와 간부, 부모 대표 등으로 구성된 ‘인권모니터단’ 운영 ▲현재 250명으로 구성된 장병 인권교육을 담당하는 인권교관을 2천명으로 늘려 대대별로 평균 2명씩 임명 ▲폭언, 욕설에 대한 처벌기준 강화 ▲징병검사 때 정확한 정신과 질환 검사를 위해 종합심리검사 도입 등 GOP(일반전초) 부대 근무 병사들을 위한 특별 제도들도 병명문화 혁신안에 포함되었다.
그러나 오랜 시간동안 누적된 병영 내 악습과 폐습을 근본적으로 근절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또한 과거에서부터 발생한 군내 대형 사건사고마다 발표되었던 개선대책과 크게 벗어나지 않은 ‘재탕, 삼탕’ 정책도 포함되어있었다. 군의 전체 예산 중에서 인권에 해당하는 예산은 병사 1명당 210원 꼴이다. 이번에 발표된 정책에도 병사의 복무 스트레스를 줄이는 시설개선이나 복지확충 등에 관한 예산확보 계획은 제시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깊게 뿌리내린 군대 문화를 한순간에 환기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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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면 윤 일병, 못 참으면 임 병장” 군대는 지금 정신적 ‘내전’ 중
최근 불거지는 관심병사들의 연이은 자살과 그에 따른 사건들, 부대 내 가혹행위들을 종합해볼 때, 군대는 지금 정신적인 내전을 겪고 있다는 평가도 흘러나오고 있다.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원회의 민간위원으로 참여하는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자살은 전염성이 강하기 때문에 형식적인 심리 상담이 아닌 더욱 적극적인 방안으로 미리미리 막아야한다고 전했다. 또 힘들다고 사전암시를 했을 경우 즉시 조치를 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현재 군 내부의 곪아터진 문제에 박근혜 대통령은 ‘일벌백계’를 천명하고 육군참모총장은 사의를 표명했다. 또한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원회도 출범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많은 예비역들을 포함해 국민들은 이에 대해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 인터뷰에서 예비역 김모씨(29)는 “군대기강을 내세우며 선임이 폭력을 휘두르는 건 변명이자 대의명분일 뿐”이라며 군 기강에 대한 개념을 바로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즉, 군 기강은 상명하복이 아니라 자기 할 일을 제대로 할 때 확립되는 것으로 정정해야한다는 것이다. 폭력이 용인되는 분위기를 척결할 수 있는 방법은 해당 부대를 총괄하고 있는 간부와 선임병 등 윗선에서부터다. 그들이 연결된 이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키를 갖고 있다.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위해서는 군정부가 몸담고 생활하고 있는 그들의 삶에 깊숙이 간섭하고 움직여야할 것이다.


취재 조연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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