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은 탄핵대로, 개헌은 개헌대로”

탄핵 이후엔? 개헌 놓고 정국 주도권 다툼

기자명: 편집부   날짜: 2016-12-12 (월) 13:42 2년전 1761  

개헌-반개헌 정치권 대립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이 달아오르고 있지만 정치권에서는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벌써부터 탄핵 이후를 내다보는 모습이다. 야권 주도의 탄핵안 처리가 임박한 상황에서 다양한 정치 세력이 곧 돌입할 정쟁의 핵심 고리는 ‘개헌’이다. 개헌파와 호헌파로 갈리는 정치권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정작 개헌은 빌미일 뿐 차기 정권을 잡기 위한 셈법만 난무하는 형국이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지난 25일 열린 당 의원총회에서 “(야권이) 12월 2일 또는 9일에 탄핵 처리하자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며 “개헌 작업도 대통령 탄핵과 함께 추진하는 게 맞다. 헌법 개정 없이 차기 대선을 치른다면 다음 정부에서도 5년 단임 대통령제의 비극은 재연되고 말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정 원내대표의 발언을 두고 탄핵 연기에 관심이 쏠렸지만 일부에서는 “개헌론자인 정 원내대표가 탄핵 국면이 곧바로 시작되면 개헌 논의는 물거품이 되고 말 것이라는 불안감을 드러낸 것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야당의 주장대로 탄핵소추안이 이달 초 국회 문턱을 넘어 헌법재판소로 넘어가면 모든 관심이 탄핵 여부에만 쏠려 개헌 논의는 사실상 차기 정부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개헌 고리로 정계 개편 모색

최근 여야를 불문하고 개헌파들은 개헌을 고리로 정계 개편을 촉구해왔다.

여권 내에서는 김무성 전 대표 중심의 비박계가 개헌에 적극적이다. 김 전 대표는 지난 23일 대선 불출마를 선언할 당시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지적하며 “그 해결책은 개헌이라 생각하고 동시에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전 대표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물론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등 비문재인계와의 연대 가능성도 내비치고 있다.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역시 대표적인 개헌론자들로 각론에서는 다소 이견이 있지만 ‘권력 분점형’ 개헌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반 총장이 외치를 담당하고 책임총리로 안 전 대표나 김종인 전 대표, 김무성 전 대표, 손 전 대표 등이 나서며 힘을 합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문재인 "지금 필요한건 개헌 아냐"

반면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현 시점의 개헌에는 부정적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인천경영포럼 행사에서도 이번 사태의 원인이 대통령제의 문제라며 개헌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반대했다. 그는 “민주공화국에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견제하는 장치(헌법)가 있다. 그런데도 이런 사태가 발생한 것은 새누리당 때문”이라며 “지금 필요한 것은 개헌이 아니라 ‘언론의 개혁’이다”라고 강조했다.

친문 진영에서는 야권과 비박 진영의 연대가 개헌으로 흐를 수 있다는 점에 경계심을 보이며 탄핵에만 집중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는 현재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이 선두를 달리고 있는 상황에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가장 유리하다는 포석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탄핵 정국과 맞물려 정치권에서는 개헌을 두고 찬반 논쟁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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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치는 개헌파…‘제3지대론’ 군불

손학규·정의화 “탄핵·개헌 병행”

‘현 시국과 개헌, 제3지대론’ 토론회

이달 초 탄핵안 통과를 목표로 야권이 탄핵의 동력을 다져가는 가운데, 개헌을 놓고 찬반론이 터져 나오며 탄핵 이후 복잡하게 전개될 정치지형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 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상돈 국민의당 의원 주최로 열린 ‘현 시국과 개헌, 그리고 제3지대론’ 토론회엔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정의화 전 국회의장, 박병석·박영선 의원 등 개헌론자들이 집결했다.

‘개헌을 통한 7공화국 출범’을 정계복귀의 명분으로 삼은 손학규 전 대표는 “광화문광장의 백만명 국민들의 함성은 그냥 분노일 뿐 아니라 체제개편에 대한 요구”라며 “탄핵은 탄핵대로, 개헌은 개헌대로 가야 한다. 이번 사태는 대한민국으로선 아주 비극이지만 구체제의 잘못을 바꿔 새로운 체제로 넘어가는 데는 하늘이 준 축복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정의화 전 의장도 “이번 대선을 통해 대한민국을 리세팅해야 한다. 제일 중요한 건 개헌”이라며 “‘비패권 정상지대’ 후보와 다른 양극의 후보가 한번 싸워 국민의 선택을 받아보자. 이길 것으로 확신 한다”고 말했다. 손 전 대표와 정 전 의장은 26일 오전 조찬회동을 하고 향후 진로에 대한 모색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박영선 의원은 “대통령선거가 내년에 있기 때문에 강력한 후보가 개헌을 반대하면 의원들이 발언을 자유롭게 못 하는 분위기”라며 문재인 전 대표를 비롯해 민주당 주류를 겨냥했다.

김부겸 민주당 의원도 이날 ‘와이티엔’(YTN) 라디오에서 “지금 촛불 민심은 대통령 한 분의 거취 문제로 끝날 게 아니다”라면서 “이 촛불 문제를 어느 정도 다음 단계로 가져가려면 개헌 논의는 불가피하고, 결국 개헌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재인 “교묘한 물타기” 강하게 제동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 쪽은 개헌론에 강하게 제동을 걸었다. 개헌론이 보수정권에 대한 심판을 흐리는 동시에, 지금의 대선 룰에선 독자적으로 정권을 차지할 수 없는 세력들이 정치적 지분을 나눠 갖기 위한 정략이 숨어있다고 보는 것이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수원 경기대에서 연 대학생과의 시국대화에서 “개헌론과 개헌을 매개로 한 정계개편에 대해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면서 “여기에 교묘한 물타기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우려했다.

2012년 대선 때 대통령 4년 중임제를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는 문 전 대표는 “저도 헌법에 손 볼 데가 많다고 생각 한다”면서 그러나 “이 시기에 개헌을 이야기하면서 제왕적 대통령제가 이번 사태의 근본이라고 이야기하는데 헌법 때문에 이런 일이 생겨난 것이냐”고 반문했다.

“대통령제는 끝났다. 해답은 개헌”

정치권, 개헌 논의 재점화

국회에서 현 시국의 수습방안 가운데 하나로 개헌이 제기됐다. 이와 함께 중앙정부에 집중된 권한을 지방정부와 국민이 나눠 갖고 함께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 1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또다시 불행한 대통령을 만들 것인가, 개헌 합시다’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린 가운데 발제를 맡은 김성호 지방자치법학회 부회장은 “권력이 중앙에 집중돼 있으면 운영이 효율적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저출산·고령화 문제, 청년실업 등 10년 이상 지속된 문제에서 정부의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부회장은 현 시국에 대해 "대한민국은 총체적 위기이고 모두가 공감하다시피 하루하루 어떻게 될지 모두 염려하는 가운데 살고 있다"면서 “이번 사태를 보면서 더 이상 이대로는 안 되겠다. 오히려 이번 기회를 통해 헌법을 제대로 바꾸고 다시 나라가 세워진다면 얼마든지 희망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중앙정부가 지원이라는 이름으로 사업을 너무 많이 하고 있다”며 “정부가 너무 과잉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독식해서는 안 되고 연정을 통해 권력을 나누고, 끊임없는 토론으로 합리적인 정책을 만들어서 국민을 위해 운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이철우 새누리당 의원은 축사에서 “현재 해결책이 무엇인가 생각한 끝에 개헌으로만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서 “대통령제는 이제 끝났다.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제가 개헌을 하자는 시동을 걸었으나 여당 대표와 야당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해답은 개헌”이라면서 “불행한 대한민국 대통령의 역사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 희망찬 미래를 열기 위해서는 개헌 작업에 나서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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