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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시계’ 빨라지는 이유는?

“헌재 위상 강화 기회…2월 초 가닥 전망”
기자명 : 편집부 입력시간 : 2017-02-10 (금)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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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 내는 헌재, 늦추는 청와대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그를 헌법재판관으로 택한 이는 전임 대통령이지만 소장 지명은 박근혜 대통령이 했다. 그는 역사상 최초로 자신을 임명한 최고지도자의 진퇴를 가늠해야 하는 일을 맡았다. 게다가 그의 임기(5기 소장)는 이번 달로 마무리된다. 어떤 결정을 내리든 현대사에 빠질 수 없는 인물이 됐다.

110일 오전 10시에 열린 3차 변론 재판정. 점잖기로 유명한 헌법재판관들의 발언에 가시가 돋기 시작했다. 박 소장이 포문을 열었다.

앞으로는 변론 준비 시간이 부족하다는 사유로 입증이 지연되는 일이 없도록 유념해주십시오.”

그는 이어 예정에 없던 특별기일까지 잡고 다음 주 3회 재판을 열겠다고 밝혔다. 필요하다면 강제구인에 나설 뜻도 내비쳤다. 일반적으로 형사재판은 주 1회 공판을 열면 지나치게 빠르다는 평을 받는다. 3회는 헌재에 전례가 없는 초고속 행보.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때도 주 1, 2회 정도였다.

법조계는 5기 헌재의 임기가 사실상 ‘131까지 라는 점을 고려한 초강수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이날의 스포트라이트는 이번 사건의 주심을 맡은 강일원 헌법재판관에게 쏟아졌다. 서울 출신인 그는 2012년 여야 합의로 추천된 중도성향의 인물.

주심인 제가 석명을 요구한 부분에 아직까지 (청와대 측) 답변이 없다. 좀 답답하다.”

세월호 7시간행적을 묻는 질문이었다. 이에 다른 서면을 준비하느라 늦어졌다고 답한 변호인. 심리가 본격화된 이후 헌재의 관심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해명 확보에 전력을 쏟는 기색이다. 정치권이 탄핵소추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세월호 참사를 방관한 책임 포함 여부를 놓고 격론을 벌인 것과는 정반대 상황인 것. 결국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인 촛불민심덕에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적극적 조치가 없었다는 이유를 헌법 위반 근거에 넣을 수 있었다.

태블릿PC로 촉발된 최순실 게이트는 현재 법원의 판단과 특검 수사가 맞물린 상황. 시간에 쫓기는 헌재가 형사재판 중인 사안의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이 때문에 중대한 헌법 위배 행위와 관련해 세월호 참사에 대한 수수방관을 근거로 삼을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탄핵소추 심판은 일반 형사재판과 달리 입증 책임이 피소추인, 즉 박 대통령에게 있다. ‘세월호 7시간에 대한 해명이 부실한 것만으로도 탄핵소추안이 인용될 수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박 대통령은 새해 첫날 기자간담회를 열어 스스로를 변호한 반면, 헌재 출석은 외면해 빈축을 샀다.

탄핵을 최대한 늦춰야 하는 변호인 측은 이번 재판의 초점을 최순실 실체 논란으로 몰아가자는 전략이다. 변호인은 새해 초 헌재에 증인 37명과 태블릿PC 62건의 사실조회를 무더기로 신청했다.

하지만 강 헌법재판관은 이날 이 재판은 범죄 혐의를 찾아내는 형사재판이 아니다라면서 태블릿PC가 쟁점이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이번 탄핵심판 최고 하이라이트로 손꼽을 만한 장면인 셈이다.

이 같은 발언이 오가던 무렵 헌재 정문에서는 여론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예상과 달리 탄핵 찬성을 외치는 목소리는 녹색당원으로 보이는 젊은이 4~5명에 불과했다. 정문 앞을 장악한 이들은 박사모회원으로 보이는 60대 이상 어르신 100여 명. 그들이 든 손팻말에 핵심 주장이 고스란히 담겼다. ‘무죄추정의 원칙을 지켜라!’ ‘김대중은 연평해전 때 축구 관람, 노무현은 태풍 올 때 연극 관람, 박근혜는 세월호 때 관저 근무!’

이들이 선동탄핵, 원천무효라는 구호를 연신 제창하자 경찰이 나서 법정에서 변론이 진행되고 있으니 구호 제창은 금지한다고 경고한 뒤에야 잠잠해졌다.

 

국정 공백 장기화에 우려

우리 헌법재판소는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심리가 우리 헌정질서에서 갖는 중차대한 의미를 잘 알고 있으며 무거운 책임을 느낍니다.”(박한철 소장 신년사)

 

5·16 군사쿠데타로 사라졌던 헌재는 1987년 민주항쟁으로 이뤄진 9차 개헌으로 88년 부활했다. 올해 햇수로 서른 살 이립(而立)’이 됐다. 최상위법인 헌법 관련 재판을 총괄하는 헌재의 위상은 출범 초기 독립 청사조차 마련하지 못해 쩔쩔매던 것과 비교하면 천양지차다. 2014년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에서도 알 수 있듯, 대법원과 위상을 나란히 하는 최고재판소로 자리매김한 것.

법조계는 헌재의 존재감이 부각된 사건으로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행정수도법 위헌심판을 꼽는 데 이견이 없다. 이번 탄핵심판(2016헌나1)2004년 탄핵심판과 여러모로 비교된다. 게다가 당시 탄핵소추를 담당한 이가 김기춘 국회 법사위원장이었던 점도 역사의 아이러니로 불린다. 당시 그는 대통령 탄핵은 이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진실 확인이 빨라지면서 헌재를 둘러싼 가장 큰 관심은 결정 내용보다 오히려 결정 시점에 쏠린다. 승부는 이미 갈렸지만 언제, 누가 내릴 것인가 하는 점이다.

2004년 탄핵 당시 헌재 결정에 소요된 기간은 총 63일로 두 달 남짓이었다. 그사이 총선을 치러 세간에서는 결국 여론 눈치를 본 것이라는 비난도 쏟아졌다. 하지만 사상 최초의 탄핵심판이라 어쩔 수 없었다는 해명도 뒤따랐다. 이상경 전 헌법재판관은 사상 초유의 사태였기 때문에 재판 초기 많은 시간을 (해외) 자료를 찾는 데 써야 했다고 회고했다.

헌재에 주어진 시간은 최대 180. 그러나 주어진 시간을 충분히 활용해 6월 초까지 심판을 미룰 수는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당장 박한철 소장과 이정미 헌법재판관의 퇴임이 131일과 313일로 코앞에 다가온 데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새로이 재판관을 임명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국정 공백 장기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진 것도 부담이다. 111일에는 개신교, 불교, 천주교 등 5대 종단 종교인이 모여 국정운영이 중단되고 경제위기와 안보위기가 동시에 우리를 덮쳐오고 있다헌재가 탄핵심판을 신속히 결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헌재가 빠른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법조계가 예상하는 이유는 대법원과 헌재 간 뿌리 깊은 경쟁의식 때문이다. 현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최순실 게이트 관련 재판이 진행 중이고, 2월 말 종료를 목표로 속도를 높이는 특검의 수사 내용도 언론보도를 통해 전달되는 상황. 법원과 특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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