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민주당 대표경선 혼전에 혼전 거듭

기자명: 시사뉴스투데이   날짜: 2012-06-15 (금) 13:15 7년전 915  
김한길 울산 깜짝 승리에 이어 경남·제주 경선 연속 1위
이해찬 대전·충남에서만 압승, 누적 선두

엎치락뒤치락 박빙, 수도권·모바일 표심서 결판날 듯
 
민주통합당 차기 대표 선출을 위한 당 대표 경선이 갈수록 혼전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27일 제주시 중소기업지원센터에서 열린 민주통합당 제주특별자치도당 임시대의원대회 및 당대표-최고위원 선출대회에서 김한길 후보가 65표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58표를 얻은 추미애 후보가 차지했으며, 3위는 49표를 얻은 이해찬 후보가 차지했다. 현재까지 누적집계는 1597표를 얻은 이해찬 후보가 선두, 김한길 후보는 1516표로 81표차 2위를 달리고 있다. 이번 민주통합당 당 대표 경선은 지난 4.11 총선에서의 부진을 말끔히 씻고, 다가올 대선에서 야권을 진두지휘할 제1야당의 적임자를 뽑는 무대인만큼, 그 관심이 매우 뜨겁다.

계속되는 접전과 혼전
민주통합당 대표 선출을 위한 경선에서 돌풍의 주역 김한길 후보가 1위 이해찬 후보를 연일 맹추격 중이다. 26일 경남 창원(258표 대 150표)에 이어 27일 제주(64표 대 49표)에서도 김 후보가 1위를 기록하며 이해찬 후보를 제쳤다. 대전·충남에서 압승하며 한 때 김한길 후보와 205표까지 격차를 벌렸던 이해찬 후보는 어느새 81표차로 추격당하고 있다. 다른 후보의 누적 득표 순위는 3위 강기정(1001표), 4위 추미애(954표), 5위 우상호(714표), 6위 조정식(682표), 7위 이종걸(589표), 8위 문용식(259표) 순이다.
 
김한길이 보여준 ‘울산 충격’
사실 이번 경선이 시작되기 전만해도 이른바 ‘이해찬 대세론’으로 심심하게 전개될 것 같았던 민주통합당 전당대회는, 그러나 첫 경합지인 울산에서 김한길 후보가 이변을 연출하면서 예측불허의 혼전으로 시작되었다. 어느새 대세론은 사라졌고 경선이 계속될수록 결과를 지켜보는 이들은 긴장과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미국 대선에서도 첫번째 코커스(caucus)가 치러지는 아이오와주의 결과가 전체 선거에 영향을 주듯, 민주통합당 경선 역시 대의원 198명의 울산이 초반 판세를 뒤바꿨다.

“고향 아니었으면” 불안한 1위 이해찬
충남 청양 출신으로 충청이 고향인 이해찬 후보는 울산과 대구·경북에서의 연이은 패배로 고전하다, 자신의 텃밭인 대전·충남에서 압도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누적 1위를 탈환했다. 그러나 경남에 이어 제주에서도 다시 김한길 후보가 1위를 차지해 내심 불안한 눈치다. 지역별 승수에서는 이미 김한길 후보가 5 대 2로 이해찬 후보에 앞서 있다. 특히 친노 세력의 중심지 격인 경남과 비교적 중립성향으로 수도권 표심의 행방을 점칠 수 있는 곳으로 제주에서까지 친노 좌장인 이해찬 후보가 김한길 후보에 뒤진 것은 의외의 결과로 풀이되고 있다.

문재인-김두관 대리전 양상
이에 일각에서는 김한길 후보와 이해찬 후보의 선두 다툼이 김두관 경남 지사와 문재인 고문의 대리전 성격을 띠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다시 말해 경선이 ‘문재인-이해찬 조합에 對 ‘김두관-김한길’ 구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경선 결과는 당권은 물론, 향후 대선 주자의 당내 입지에도 상당한 파급 효과를 미칠 것이란 전망이다.
당장 김한길 후보의 울산 승리에는 김두관 경남지사의 물밑 지원이 뒷받침됐다는 설이 유력하다. 민주당 모 의원은 "울산에서 김두관 지사 측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다"며 "김 지사와 김한길 후보가 전략적으로 공조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해찬-박지원 연대 과정에서 대선주자인 문재인 고문과의 연관성이 드러나면서 김두관 지사가 그 반작용으로 김한길 후보와 전략적으로 손을 잡았다는 분석이다. 전국에 조직을 모으며 사실상 대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김 지사는 차기 당 대표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당내 대선 주자로의 입지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부산 대의원 선거에서 보듯, 문재인 고문은 이해찬 후보를 측면 지원하는 형국이어서 친노 진영의 표가 이번 당 대표 경선을 기점으로 확실히 갈리는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도 “사실상 문재인-이해찬, 김두관-김한길로 러닝메이트가 꾸려지는 분위기"라며 "대선이 코앞인 만큼 대선주자들이 당 대표 선거에 자연스럽게 개입할 수밖에 없는 형국"이라고 전했다.

의미가 큰 영남권 대의원 표심
특히 김한길 후보의 경남 승리는 단순한 1승 이상의 의미를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김두관 지사가 친노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김한길 후보를 물밑 지원함으로써 자신의 최대 라이벌인 문재인 고문을 견제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김한길 후보가 20일 울산에서 예상 밖 1위를 차지한 것이나 24일 대구·경북에서 압승한 것도 김두관 지사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반면 21일 부산 경선에서는 이 지역에서 영향력이 센 문재인 고문의 지원을 등에 업고 이 해찬 후보가 승리했다. 결과적으로 영남권 대의원 표심잡기에선 김두관 지사가 존재감을 뚜렷이 한 반면, 문재인 고문은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를 얻은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친노 그룹 안에서는 ‘범친노’인 김두관 지사의 정치적 영향력이 강한 지역이다. 경남 16개 지역위원회 중 문재인 고문을 지지하는 ‘친노 직계’ 쪽은 3곳, 나머지는 모두 김 지사의 직접적 영향권 아래 있는 것으로 분류된다. 이른바 ‘김심’이 작용하지 않고서는 ‘비노’의 대표를 자임하는 김한길 후보의 압도적 우세가 불가능한 구도다.
때문에 친노 성향이 짙은 경남 대의원 다수가 김한길 후보를 찍은 것은 ‘이해찬 당대표-박지원 원내대표 합의’에 대한 의구심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해찬 당대표 체제가 대선 후보 경선에서 문재인 고문 쪽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중립적인 김한길 후보를 밀게 됐다는 것이다. 물론 김 지사는 공개적으로 김한길 후보 지지를 표명한 적이 없지만, 김 지사 후원 세력은 적극적으로 김 후보를 지지하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김 지사 후원 세력의 ‘반 이해찬’ 행보 뒤엔 “이해찬 후보의 패배가 곧 문재인 고문의 패배이며, 문 고문이 정치적 타격을 입으면 그 대안으로 김두관 지사가 뜰 것”이란 정치 공학적 기대도 일정 부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고문의 영향력이 압도적인 부산에서 이해찬 후보가 김 후보를 누른 것은 이에 대한 친노 직계 쪽의 반발이다.
어쨌든 친노의 본거지인 영남에서의 결과만 놓고 보면 김두관 지사가 ‘3 대 1’로 문재인 고문을 앞지른 셈이다. 그러나 향후 ‘반 이해찬’ 움직임이 친노 분열로 이어질 경우, 친노 지지세가 강한 수도권 민심에서는 김한길 후보가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또한 내심 대권을 바라는 김두관 지사 입장에서는 만에 하나 이해찬 후보가 당대표가 될 경우의 불이익도 감수해야 한다.

정동영·손학규 비노 세력의 반발이라는 해석도
한편, 이해찬-박지원 연대에 불만을 품은 다른 대선주자들의 견제도 김한길 돌풍에 한 몫 했다는 분석이다. 범 친노 진영의 정세균 고문은 이해찬-박지원 연대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면서 이해찬 후보와 거리를 두고 있다. 또한 정동영 고문도 김두관 지사와 마찬가지로 김한길 후보를 물밑에서 돕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한길 후보와 정동영 고문은 지난 대선 때부터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다. 손학규 대표 역시 친손으로 분류되는 조정식 후보를 지원하면서도 이해찬-박지원 연대를 견제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이해찬·박지원’ 친노 연대에 대한 ‘정동영·손학규’ 비노 세력의 반격이 시작됐다는 분석도 가능한 것이다. 그 동안 민주통합당 내에서는 문재인 대세론에 이은 안철수 영입론이 주를 이루며 정동영·손학규 전 대표는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김한길 돌풍의 진원지인 울산 경선이 끝난 후 울산 시당 유력 당원들 사이에서는 ‘이박연대’에 대한 반감이 정동영과 손학규를 지지하는 울산지역 비노세력들의 조직력으로 이어져 이변이 연출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울산 시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이번 울산경선에서 이변에 연출된 것은 친노성향의 이해찬·박지원 연대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감을 드러냈던 김한길 후보를 당내 비노세력인 정동영·손학규 등 비노 세력이 적극 지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며 “울산의 경우 특히 지난 대선 당시 당내 후보였던 정동영계 대선조직들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고 밝혔다.
또 울산지역 정동영계 유력 인사인 한 대의원도 “정동영 전 대표로부터 직접적인 지시나 언질 같은 것은 전혀 없었다”며 “다만 이박연대에 대한 반감을 비노세력들에 대한 간접지원으로 유추해 볼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손학규 전 대표와 막역한 손학규계 한 유력인사도 “손 전 대표로부터 이번 경선과 관련해 이야기를 직접 들은 바는 없다”며 “다만 굳이 말하지 않아도 이심전심으로 통하는 부분은 있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물론 이에 대해서는 다른 견해도 있다. 민주통합당 관계자는 “이번 경선을 앞두고 지역 대의원들이 대거 물갈이되면서 뚜렷한 계파성향을 갖고 있지 않은 무색무채한 대의원들이 대거 포진해 있어 김한길-최명길 부부에 대한 인기가 표심에 크게 반영됐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승부처는 결국 수도권
민주당은 전국 시·도당을 순회하며 대의원 현장투표(30% 반영)를 진행하고, 이번 달 5일과 6일 일반 시민과 당원을 대상으로 한 모바일 현장투표(70% 반영)를 합산해 내달 9일 임시 전당 대회에서 당대표와 최고위원 5명을 선출한다. 연일 엎치락뒤치락하며 8명 후보들은 곳곳마다 숨 막히는 혈전을 펼치며 이변과 반전에 일희일비하고 있지만, 결국 민주통합당 지도부 경선의 승부처는 결국 수도권과 모바일 투표가 핵심이 될 전망이다.
27일 제주를 기점으로 지역 순회 투표가 7차례 실시됐으나, 이들 지역의 대의원 수는 모두 합해도 전체(1만2406명)의 38%(4719명)에 불과하다. 반면 48.9%나 되는 6065명은 서울과 인천, 경기에 집중돼 있다. 세 지역 표심 향방이 10여 일간 전국을 돌며 혈투를 벌인 것과 맞먹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얘기다. 또한 대의원 투표보다 더 중요하게 꼽히는 것은 모바일 투표다. 경선에서 지역별 대의원 투표 비중은 전체의 30%다. 나머지 70%는 일반 당원과 시민의 몫이다.
지난 1월의 전당대회에서도 대의원 투표가 2등부터 6등까지 이인영, 박지원, 문성근, 김부겸, 박영선 후보 순으로 만든 순위를 비중이 70%인 모바일투표가 문성근, 박영선, 박지원, 이인영, 김부겸 후보 순으로 뒤바꿨다. 당시 당원·시민 유권자의 93.4%가 모바일 투표자였다. 투표에 참여한 47만 여명의 모바일 선거인단이 지도부 구성에 결정적 영향력을 발휘한 것이다. 모바일 투표로 한순간에 승부를 뒤집을 수 있다는 전망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모바일 선거인단이 막판 변수로 작용할 듯
다만, 지난 1월의 전당대회와 달리 모바일 선거인단 참여가 저조해 큰 위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경선에는 모바일 선거에 77만 명이 참여했으나 이번 모바일 선거인단은 27일 오후를 기준으로 겨우 3만2516명이 신청한 상태다. 당비납부 당원 12만8000여명을 포함하더라도 지난 전대에 비해 3분의 1을 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한길 후보의 선전이 계속되면서 이번 경선은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상태가 됐다. 수도권 세 지역 대의원들은 오는 9일 전당대회장인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 모여 투표한다. 표 덩어리가 가장 큰 이날 수도권 대의원 현장투표와 모바일 국민 투표결과가 발표되는 이날 오후 6시가 넘어서야 비로소 최후의 승자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취재_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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