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양심 없는 진보’의 경악스런 정치 자학 극

기자명: 시사뉴스투데이   날짜: 2012-06-15 (금) 13:16 7년전 846  
막장으로 치닫는 통합진보당 사태
검찰 수사 본격화

‘진보의 두 얼굴’ 그리고 뻔뻔함
“진보도 도덕적이지는 않다”

통합진보당이 불과 창당 5개월 만에 파국을 맞을 조짐이다. 지난 12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통합진보당 중앙위원회는 비당권파인 유시민, 조준호, 심상정 공동대표가 당권파들에게 주먹질과 발길질 등의 집단 폭행을 당하는 최악의 사태로 끝이 났다. 이에 강기갑 혁신비대위원장 체제가 가동된 가운데, 검찰은 지난 21일 통합진보당 중앙당사 등 4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수사를 본격화 했다. 적어도 도덕성에 있어서만큼은 항상 보수에 우위를 점했던 진보지만, 이번 사태로 그들은 자신들의 유일한 강점마저 완전히 잃게 되었다. 특히 통합진보당 당권파 인사들의 뻔뻔하고 파렴치한 태도에는 기존 지지층마저 두 손 두 발을 다 들었을 정도. 점점 막장으로 치닫는 이번 사태가 어떻게 갈무리되느냐는 다가올 대선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게 틀림없다.

대화도 타협도 없었던 중앙위원회
지난 12일 중앙위원회 회의에서 당권파 당원들의 폭력은 매우 험악했다. 아수라장이었고 부상자가 속출했다. 통합진보당은 이날 비례대표 경선 부정 대책으로 혁신비상대책위원회 구성과 비례대표 일괄 사태 등을 논의하려 했지만 무산됐다. 이들은 오후 2시30분 중앙위원회 개회 이후 계속해서 고성과 구호로 회의를 방해했다. 중앙위 의장인 심상정 공동대표가 “대한민국이 이 자리를 지켜보고 있다”며 경고했지만 소용없었다.
마침내 밤 9시40분 경 심상정 대표가 첫 번째 안건인 강령개정안 통과를 선언하자 당권파 당원들은 단상에 난입해 공동대표단을 향해 무차별 폭력을 가했다. 조준호 공동대표는 머리채를 잡힌 채 얼굴을 가격 당했고, 유시민 대표는 심상정 대표를 감싸려다 여러 차례 맞고 안경까지 날아갔다. 회의가 인터넷으로 전국 생중계되는 가운데 벌어진 참사였다. 폭력사태를 지켜본 일반 국민과 통합진보당에 표를 던진 200만 유권자들은 실망을 넘어 분노했다.
진보논객인 진중권교수가 트위터에 “오늘로 대한민국 진보는 죽었다”는 멘션을 남겼고,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도 “통진당이 무너지는 것은 비극이며 야권연대에 심각한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했다. 민주통합당에선 통진당과의 연대를 파기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 한편, 통합진보당의 최대 조직기반인 민주노총은 “비례후보 총사퇴 등이 포함된 쇄신이 이뤄지지 않으면 통진당 지지를 철회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다. 

뼈를 깎는 쇄신 가능할까
결국 당권파와 달리 여론의 지지를 받는 비당권파를 중심으로 강기갑 의원이 혁신비대위원장에 선출되었다. 강기갑 위원장은 취임일성으로 “중앙위원회가 결의한 비례대표 사퇴결의의 건을 5월30일 이전에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선언했다. 최대 지지세력인 민주노총의 김영훈 위원장은 강 위원장에게 비례대표 후보 총사퇴 등에 관해 “단호하고 신속한 모습을 보여달라”고 주문했다. ‘재창당 수준의 쇄신’은 선택이 아닌 필수인 것이다.
그러나 당권파의 버티기는 여전하다. 혁신비대위를 거부하고 별도의 당원 비대위를 구성한 것은 물론, 이석기·김재연 당선자는 여전히 사퇴 요구에 완강히 버티고 있다. 두 사람을 포함 통합진보당 당선자 13명 중 심상정 당선자를 제외한 12명은 일찌감치 국회의원 등록을 마친 상태다. 통합진보당이 제대로 쇄신되려면 먼저 이 당권파가 깨끗이 정리되어야 한다는 게 정가의 분석이다.

'종북 주의‘ 이슈로 뜨다
이번 사태에서 눈길을 끄는 것 중의 하나가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쉬쉬했던 ‘종북주의’가 여론의 이슈로 급부상했다는 것이다. 보수 진영이 진보를 공격할 때 사용하는 가장 큰 무기이기도 한 ‘종북주의’가 요즘처럼 인구에 자연스레 회자된 적도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더욱 흥미로운 점은 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 사이에서도 ‘종북주의’에 대해서는 다소 불편한 겨누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진보진영 내부에서도 '종북(從北)'관련 질문에 침묵하고 북핵이나 3대 세습, 북한 인권 문제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통합진보당 구당권파 인사들의 행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부정 경선을 통해 당선된 비례대표 당선자들이 사퇴를 거부한 데 이어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전혀 밝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상당수 진보 논객들은 '진보의 재구성'을 위해선 더 이상 북한 문제를 덮어둬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경희대 이택광 교수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진정한 진보 노선을 취한다면 북한 체제를 비판해야 한다"며 ”유럽의 서구 좌파가 소련에 실망하는 과정에서 비슷한 일을 겪었는데, 우리가 지금 그런 단계에 왔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소련 체제가 붕괴하면서 서구 좌파의 노선 수정과 재구성이 이뤄졌듯이 한국의 진보 진영도 북한 문제를 극복하고 재도약해야 할 시점을 맞았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진보가 대중화되고 확장되는 지금 단계에서 주사파들이 장애를 초래하고 있다"며 “3대 세습이나 북핵 문제에 대해 말 돌리기를 하고 'NCND'(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음) 태도를 보이는 것은 진보를 궤멸시키는 요인이 된다"고 강조했다.

북한 문제 입장 밝혀야
통합진보당이 4·11총선을 통해 13석을 가진 제3당으로 부상한 이상 북한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 개인으로서 북한에 대한 사상 검증은 일견 부당하게 느껴질 수 있으나, 제도권 정치인이 된 이상 북한에 대해 입장이 이러이러하다고 설명해야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진보 정당의 한 관계자도 “헌법에 사상과 양심의 자유가 보장돼 있으므로 모든 사람들에게 종북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입장을 분명히 밝히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며 “다만 국회의원은 국민을 대표하는 데다 국가 주요 정보를 다루면서 '정치 행위'를 하게 되므로 북한 문제 등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밝힐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3일 자유민주연구학회가 주최한 '종북 좌파 네트워크의 현주소' 세미나에서 '진보의 그늘' 저자인 한기홍 씨는 “과거 민혁당 당원 100여명을 비롯해 NL(민족해방)계의 영향권에 있던 1만 명 가운데 4,000∼5,000명 정도가 통합진보당에서 NL 노선으로 당을 접수했다"며 “이미 노출돼 활용가치가 떨어진 비례대표 당선자들보다는 '얼굴'없이 지하와 배후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앞으로 더 위협적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상당수 진보 인사들은 ”통합진보당 사태를 좌파 이념과 진보세력을 공격하는 계기로 활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검찰, 이미징 작업 완료
이런 가운데, 지난 21일 통합진보당 중앙당사 등 4곳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선 검찰은 확보한 서버 3개의 이미징(분석을 위한 복제)작업을 마무리했다. 검찰 관계자는 "24일 오후 서버 이미징작업이 끝났다. 그러나 바로 수사팀이 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수사팀에 자료가 언제쯤 인계될 지는 예상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검사 이상호)는 당원들과 18시간 동안 치열한 대치 끝에 22일 오전 2시25분께 투표서버관리업체인 스마일서브에서 서브본체 3개를 압수해 23일 오후부터 밤을 새워 이미징 작업을 진행했다.
이에 따라 검찰이 당원 측과 치열한 대치 끝에 압수한 '판도라의 상자' 서버 3개에 담긴 내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검찰은 통합진보당의 서버관리업체로부터 압수한 이들 서버에 당원 명부, 선거인단 명부 등 비례대표 부정경선 의혹과 관련된 핵심 자료가 담겨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이미징 작업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분석한 뒤 통합진보당의 경선부정 의혹에 대한 수사계획을 세울 방침이다.
검찰은 서버에 대한 이미징 작업을 통해 확보한 자료가 부족하다는 판단이 내려질 경우 다시 통합진보당 당사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당원 명부를 비롯한 핵심 자료를 압수당한 통합진보당은 검찰 압수수색에 대한 준 항고장을 제출하는 등 검찰 수사에 항의하고 나섰다. 하지만 검찰은 "(통합진보당) 평당원들이 불안하다고 걱정하는데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당원명단이 외부로 유출될 수 있다는 의혹에 대해 일축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어 “그럴 가능성은 절대로 없는 만큼 걱정할 필요가 없다. 입수한 자료들은 검찰이 진행하는 수사와 관련해 사용할 수 있을 뿐이다. 외부로 나갈 가능성은 전혀 없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검찰이 분명하게 약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통합진보당은 검찰의 압수수색 절차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검찰은 이에 대해서도 “서버 자체를 가지고 온 것은 압수수색에 통합진보당 측이 협조하기 않았기 때문"이라며 “스마일서브에서도 압수수색 입회 변호인을 5시간 넘게 기다렸지만 변호사가 누구인지, 언제 오는지 등을 전혀 알려주지 않아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압수수색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통합진보당 혁신비대위, 이석기-김재연 재명절차 착수
결국 통합진보당 혁신비대위는 이석기, 김재연 등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사퇴 거부자들의 출당 절차를 시작할 전망이다. 당권파 비례대표 당선자들이 사퇴시한인 25일 정오까지 사퇴의사를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강기갑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후 비대위 회의에 앞서 "역사가 우리에게 악역을 요구한다면 그것 역시 감당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일 것"이라며 제명 방침을 공식화했다.
강 위원장은 “오늘 우리는 원하지 않는 자리에 앉아 있다. 우리에게는 한쪽 팔을 잘라내는 듯 한 고통스런 선택이 목전에 닥쳤다"며 “당이 국민 위에 설 수 없다는 대원칙이 오늘 우리가 결단하고 가야 할 길"이라고 밝혔다. 그는 “혁신비대위는 지난 보름간 경쟁명부 비례대표 당선자 및 후보자들에게 대의를 위해 물러나주실 것을 요청했으나 답이 오지 않았다"면서 "답이 오지 않았을 때 어떤 선택을 할지에 대해 혁신 비대위는 오랜 기간 논의했고, 최후의 선택은 한가지임을 모든 비대위원들이 동의했다. 오늘 회의는 그것을 집행하기 위한 회의"라고 말했다.
강 위원장은 또 “당의 자정노력이 원활히 되지 않으면서 통합진보당은 모진 고초를 겪었다. 당의 공동대표들이 당원들에게 폭행을 당했고, 당 지지율은 바닥을 치고 있고, 우리가 약해진 틈을 타 검찰과 이명박 정부는 서슴없이 당원명부를 빼앗아갔다"며 최근 당이 직면한 어려움을 설명한 뒤 "진보정치를 사랑하는 국민들의 애정이 냉소로 변할 때 진보정치는 소멸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민심은 통합진보당의 석고대죄를 요구하고 있다"며 "오늘 우리가 성찰과 혁신의 행보를 주저하거나 포기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정당 하나가 주저앉는 것이 아니라 진보정치 자체가 외면과 질타의 대상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며 제명 조치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새누리 “검찰의 수사는 정당”
새누리당은 22일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경선 부정 사건과 관련, 통합진보당이 자정능력을 상실했다고 비판하며 검찰 수사에 협조할 것을 촉구했다. 새누리당 김영우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불법 조작 경선의 실체가 국민 앞에 낱낱이 드러났으나 통합진보당은 사태를 수습하기는커녕 당권파와 비당권파의 패권 다툼에만 열을 올렸고, 압수수색에 나선 경찰을 육탄 저지하고 압수수색 차량을 부수는 등 폭력적인 모습으로 또 다시 국민을 실망시켰다"고 질타했다.
이어 김 대변인은 "자정능력을 잃어버린 통합진보당 사태에 대해 사법부가 나서서 국민의 의혹을 해소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변인은 또 "어느 정당과 단체를 막론하고 위법 사항이 있을 경우 사법부가 정당한 절차를 밟아 조사하는 것은 합당한 조치"라며 "통합진보당은 검찰 조사를 겸허히 수용해 국민의 심판 앞에 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로 통합진보당, 더 나아가 야권의 앞날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당권파의 버티기가 계속되건, 비당권파가 주도권을 잡건 실추된 당의 입지를 회복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이에 분당 수순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분당은 최악의 선택이 될 것이다. 이번 파문을 깔끔히 봉합하고 새롭게 거듭나지 못한다면, 통합진보당의 자멸은 더욱 빨라질 것이다.

취재_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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