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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슈 내세운다고 손님 드나

기자명 : 편집부 입력시간 : 2018-03-26 (월)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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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작 염력참패흥부등도 부진

총제작비 130억원의 대작 염력이 관객 98만 명 선에서 막을 내리는 분위기다. 3년 전 부산행으로 1156만 관객을 동원한 연상호 감독의 신작으로 화제를 모은 영화다. 지난달 311000개 넘는 스크린에서 개봉했지만 작품성 논란에 휩싸이며 100만 관객을 넘지 못했다. 손익분기점 370만 명에 턱없이 못 미치는 성적이다.

소시민 수퍼 히어로란 소재만 보고 통쾌한 선악 구도와 액션을 기대했던 관객들은 아직 아물지 않은 용산참사의 비극을 애매하게 소환한 블랙 코미디에 당혹감을 표했다.

염력의 흥행세가 일찌감치 꺾이면서 설 연휴 한국영화는 코믹 사극 조선명탐정:흡혈괴마의 비밀’, 강동원 주연 범죄 영화 골든슬럼버’, 조선시대 고전을 재해석한 흥부3파전을 벌였다. 하지만 승자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블랙 팬서였다. 나흘간 영화관 수입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지난해 설 연휴, 부패 검사를 장르적으로 풍자하며 공감대를 끌어낸 더 킹이 남북한 형사의 협업을 그린 공조와 더불어 한국영화 매출액 점유율을 약 76%까지 끌어올린 것과 대조적이다.

변호인’ ‘베테랑’ ‘터널’ ‘내부자들등 최근 5, 6년간 극장가에 두드러졌던 사회파 영화 흥행 공식이 변화하고 있다. 강유정 영화평론가는 영화에서 현실의 출구를 찾았던 지난 10년과 촛불정국을 맛본 이후 요구되는 영화가 다를 수밖에 없다지난해 장미대선 직전 개봉한 영화 특별시민을 기점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정치권력의 조작으로 테러범 누명을 쓴 택배기사의 고군분투를 통해 억압적 시대상을 내세운 골든슬럼버’, 민초가 세상을 바꾼다는 주제를 노골적으로 강조한 흥부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마저 나왔다. 김형석 영화저널리스트는 대통령이 바뀔 줄 상상도 못 했던 시절 기획된 이야기들이 정권교체 후 개봉하다 보니 공감대가 떨어진다면서 관객을 강박적으로 가르치려 드는 대사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영화가 호소하는 정의가 어떤 것인지도 중요해졌다. ‘염력의 경우 왜 초능력으로 위기를 극복하는 주체가 남성, 아버지이고 여성은 상대적으로 무기력하게 그려지는지”(허남웅 영화평론가) 의문이 제기됐다. ‘염력은 딸이 어릴 적 집을 나갔던 아버지가 우연히 초능력을 얻어 딸을 포함, 재개발 철거에 맞서는 상인들을 돕게 되는 전개다. 박우성 영화평론가는 아버지를 용서하고 맹목으로 아버지의 귀환을 반기는 서사가 정의라는 이름으로 포장되는 것에 염증을 느꼈다고 했다. 상업오락영화인 염력이 용산참사와 같이 무거운 한국 사회 문제를 소모적으로 활용한 것은 비윤리적이라고 비판했다.

 

# 작품 완성도 없으면 관객 외면

영화적 완성도와 방법론도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달 개봉한 홍기선 감독의 유작 ‘1급기밀은 국방부 방위산업 비리를 다뤘지만 실화를 거칠게 옮기며 관객 수 21만에 그쳤다. 2009년 홍 감독의 영화 이태원 살인사건이 관객 수는 53만에 그쳤어도 검찰의 재수사를 이끌어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사회적 이슈가 되지 못했다.

2016년 작업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지난 28일 개봉한 범죄 코미디 게이트는 기억상실증에 걸린 전직 검사와 좀도둑, 청년백수가 우연히 청와대 관련 비자금을 털게 된다는 내용으로 국정농단 시국을 버무려냈다. 시사회에 선보인 영화는 사건 개연성이 부족한 데다 최순실을 연상시키는 캐릭터도 피상적으로 등장할 뿐 카타르시스와는 전혀 거리가 멀다. 김영진 명지대 영화뮤지컬학부 교수는 소재에 의존한 나머지 기본적인 감정이입조차 힘든 영화들이 적지 않다면서 요즘은 관객들이 귀신같이 알아챈다. SNS(소셜 미디어 네트워크)를 통해 개봉 하루 이틀이면 입소문이 퍼진다. 완성도 없이 정의감에만 호소해선 흥행하기 어렵다고 했다.

영화계에선 지난해와 올해, 80년대 민주화운동을 다룬 택시운전사‘1987’이 각각 1218, 722만 관객을 동원한 것을 의미 있는 시대 고증과 스타 파워, 이른바 광장이 승리하는 결말의 3박자가 맞아 떨어진 흥행사례로 보고 있다. 80년대 민주화 열기의 중심에 있었던 50대 이상 관객의 강력한 지지도 큰 몫을 했다. 강유정 영화평론가는 민주화 운동이 거셌던 80년대를 지나 90년대 문화에 감성주의, X세대가 나왔던 것처럼 ‘1987’의 흥행을 마지막으로 이젠 정의를 좇는 서사를 벗어나 가볍게 즐길만한 영화에 대한 갈증이 커지는 듯 보인다고 했다.

올해 개봉을 기다리는 한국영화 중엔 사회적 메시지를 내세워도 장르적 변주를 시도한 작품이 많아, 극장가 분위기가 다소 바뀔 것으로 보인다. ‘차이나타운의 한준희 감독 신작 뺑반은 형사물이되, 카체이싱 액션을 표방했다. ‘더 테러 라이브의 김병우 감독과 배우 하정우가 5년 만에 다시 만난 ‘PMC’는 판문점을 배경으로 남북한 이슈를 다루지만 밀폐된 지하 벙커에서 벌어지는 긴박한 전투 액션에 힘을 실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과 함께2’도 있다. 폐지 줍는 노인과 어린 손자의 생활고가 담긴 얘기를 한국 전통 신화에 기반한 판타지 장르로 풀어낼 예정이다.

 

감독·PD 성폭력 소문 무성해도

낙인 찍힐라입 못여는 연예계

알려지면 활동 못할까 몸사려

왜 영화·드라마 업계에서는 미투 운동이 없나요?”

한 문화계 관계자는 이렇게 물었다. 미투 운동이 할리우드 유명 여배우들의 용기 있는 목소리를 통해 들불처럼 번진 것에 비해 소위 연예계라 불리는 국내 드라마·영화 업계 등에서는 수면 아래서 조심스럽게 이야기가 오가는 모양새다.

실제로 영화나 드라마 현장에서는 유명 감독이나 PD 등이 여배우들에게 크고 작은 성폭력을 가했다는 소문이 적잖이 떠돌고 있다. 그러나 배우나 소속사 관계자 등은 할 말은 많지만 2차 피해가 우려 된다며 입단속을 하고 있다. 한 유명 배우의 측근은 여전히 성폭력 피해자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은 따뜻하지 않다하물며 이름이 알려진 여배우라면 여론과 언론의 가십거리로 전락해 성폭력 피해자이미지 때문에 향후 활동조차 어려워질 것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연예계 일각에서는 미투 운동 이전부터 자체적으로 자정 노력을 해왔다는 주장도 있다. 2009년 배우 장자연 사망 사건 등이 발생하며 여성 연예인들이 술자리에 불려가거나 부적절한 행위를 강요받는 일 등에 대한 문제의식이 커졌다는 의미다. 또한 다른 업계와 달리 연예계에는 매니지먼트라는 중재자가 나서 사태를 수습해 장기간 피해가 누적되는 것을 방지하고 있다.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 관계자는 매니지먼트 산업이 활성화된 연예계에서는 PD나 감독들이 소속 배우를 개인적으로 불러내 부적절한 행위를 하는 것을 철저히 막고 피해가 발생했을 때는 적극적으로 이를 해결하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선배 배우나 스타 감독, PD들이 여배우들을 사석으로 불러내 발생하는 피해는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도 있다. 또 다른 연예계 관계자는 국내 정서상 유명 연예인이 피해 사실을 밝히면 그것이 낙인이 돼 연예인으로서 이미지가 훼손된다는 걱정이 미투 운동 동참을 꺼리는 이유라며 매니지먼트 차원에서도 그 후폭풍을 우려해 만류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자빠뜨리고 주연 하는 게

영화계도 '미투' 폭로 나와

 

영화계에서도 영화감독에 대한 성희롱 폭로가 나왔다.

지난달 22일 영화계에 따르면 현재 개봉 중인 영화를 연출한 A감독은 최근 성희롱 문제가 불거지면서 언론 인터뷰와 무대 인사 등 각종 홍보 일정에서 전면 배제된 것으로 드러났다.

A감독의 성희롱은 이번 개봉작이 아니라 다른 영상물에 출연할 배우 지망생과 면접과정에서 벌어졌으며, 배우 지망생 B씨가 자신의 SNS에 폭로하면서 알려졌다.

B씨는 지난달 8일 자신의 SNS미투’(metoo) 해시태그(#)를 달고 지난해 1218일 뮤직비디오 미팅에서 (A 감독이) 여배우에게 연기력이 중요한 게 아니라면서 성희롱적인 언사를 사용했다고 폭로했다.

B씨는 A감독이 깨끗한 척 조연으로 남느냐, 자빠뜨리고 주연하느냐, 어떤 게 더 나을 것 같아? 조연은 아무도 기억 안 해등의 말을 했다고 적었다.

이어 B씨는 더 많은 배우 지망생, 모델 분들이 피해를 입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신중히 글을 올린다A 감독에게서 온 사과 문자도 캡처해 함께 공개했다.

이에 대해 영화 제작사 측은 영화 개봉 전 이런 사실을 알고 곧바로 A감독을 홍보 일정에서 배제했다. 실제로 A감독은 지난달 9일에도 언론과 인터뷰를 하기로 했으나, 전날 갑자기 몸이 너무 안 좋아졌다며 인터뷰 일정을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제작사 대표는 언론과의 통화에서 “SNS에 관련 글이 올라온 것을 알고 A감독을 만나 확인했고, A감독도 수긍했다이런 일이 있었다는 것 자체가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A감독은 현재 해외에 머무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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