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투데이
총 게시물 476건, 최근 2 건
 

 

70세 넘어 연극에 미친 작가

나팔봉 원명희 작가
기자명 : 편집부 입력시간 : 2017-09-29 (금) 11:11

IMG_4451.JPG

나팔봉

원명희 작가

양심 그리고 죄를 다루는 예술 장르는 인간의 본질을 엿보는 하나의 탐구 방법론이다. 따라서 이를 다루는 다양한 소설들은 자연스럽게 스터디 셀러로 자리 잡았으며, 대표적으로 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장편소설 ‘레 미제라블(Les Miserables)’, 러시아 작가 도스토옙스키의 장편소설 ‘죄와 벌(Prestuplenie i nakazanie)’ 등이 있다. 원명희 작가 역시 이러한 장르를 다루며 독자들에게 점차 소설 ‘나팔봉’ 작품성이 알려지고 있다.

원 작가는 작품을 통해 사회 암부를 상징적으로 그려낸다. 이색적인 소설은 많지만, 그의 작품은 주인공의 개인사적 체험을 바탕으로 한 세밀한 심경 묘사와 갈등을 중심으로 역사를 나타내 독특하다. 픽션으로만 이뤄진 소설들과는 다르게 ‘나팔봉’은 40여 년 전에 발생했던 실제 군부대를 배경으로 일어난 일가족 살인사건에 상상력을 더해 사회를 드러낸다. 사건을 기억하는 독자에게는 소름 끼치는 기억을 끄집어내며, 사건을 접하지 못한 세대에게는 치밀한 갈등을 통해 소름의 공감을 일으킨다.

나팔봉은 원명희 작가의 처녀작이자, 그가 연극을 위해 집필한 전체 28장으로 이루어진 170여 페이지의 소설이다. 현재, 과거 회상, 그리고 다시 현재로 돌아오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으며, 주인공 나팔봉이 군인 신분으로서 짧은 생활 동안 벌어진 사건들을 다루고 있다. 감독은 작품 안에서 양심에 관한 다양한 갈등을 불러일으켜 독자들을 ‘죄’의 세계관으로 끌어들인다.

독자들에겐 생소한 사업가, 주변 지인들에겐 생소한 소설가, “나를 찾지 마라”

나팔봉.jpg

원명희 작가가 전형적인 자수성가형 사업가라는 사실은 독자들에겐 생소한 이야기다. 그는 천안이 아직 큰 도시가 아닐 때 불모지 땅 위에 주유소를 세웠다. 독자들에게 소설가로서 알려진 것과 별개로, 그는 사업적 수완 또한 탁월하다.

친형이 해왔던 주유소를 통해 경영 감각을 익히고 성공하는 법을 깨달은 뒤 그가 최초에 주유소 허가권을 받았을 때는 마침 원 작가 아들의 생일이었고, 그 사건은 그의 인생에 큰 획을 그었다. 탁월한 사업수완으로 유명 대기업으로부터 주유소 인수 제안까지 받았을 정도이며, 그는 지금도 새로운 장소에서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독자들에게는 소설가로만 알려졌지만, 사업가라는 의외의 환경은 오히려 그에게 풍부한 소재를 제공한다.

독자들에겐 그가 작가이자 동시에 사업가인 사실이 생소하다. 반대로 원 작가의 주변 지인들은 전부 그가 작가인 줄 몰랐다고 한다. 그래서 처음 주변에 소설을 냈다고 알렸을 때, 모두 자서전을 낸 것이 아니냐고 되물었단다. 그가 어떤 일을 하고 무엇에 열정을 쏟는지 주변에서 잘 알지 못하는 이유는 그의 신념 때문이다. 원명희 작가가 인생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나는 찾지 말라’라는 이념이다. 상당히 추상적이며 철학적인 신념이 무릇 소설가답다. 그는 억지로 자신을 찾으면 거기서부터 자만과 교만이 생겨 미래가 없어진다고 말한다. 스스로를 지우고 늦은 나이에 소설에 매진한 것이 마치 그가 사업을 처음 도전했을 때의 그 불모지 환경을 떠오르게 한다.

심지어 그가 소설을 집필 중일 때는 부인도 그 사실을 몰랐다고 한다. 주변 지인들도 전부 몰랐을 정도로 그는 자기 삶을 억지로 드러내지 않는다. 원명희 작가는 “나 책 쓴다, 이런 얘기 할 필요 없다. 그래서 의외의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굳이 드러내어 존경받으려 하지 않는다. 집 밖에서 존경받는 것은 그저 단순하고 외면적인 측면일 뿐이다. 진짜 존경받는 사람은 부인에게, 그리고 스스로 존경받는 사람이다. 부인과 자기 자신은 스스로를 매우 잘 알기 때문이다. 밖에서는 존경받아도 가정에서는 돌변해서 두 얼굴이 되는 사람들이 있다.”라고 말하며 자신을 억지로 나타내지 않는 소박한 태도를 드러냈다.

70세 늦깎이에 연극을 위한 도전

원명희 작가는 청년 시절부터 연극배우로서 큰 꿈을 품고 있었지만, 집안 사정 때문에 그 꿈을 한때 놓고 사업가로 변신하여 그와 이 분야의 관계는 일단락 지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마음속에 여전히 꿈을 놓지 못하고 있었던 그는 45살부터 관련 지식을 쌓아야 행복하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책을 보기 시작했고, 늦깎이에 다시 하고 싶었던 연극을 찾았다. 대학로에 가서 연극을 관람하고 홍대를 방문해 젊음의 용트림을 지켜보는 것부터 시작했다.

52살에 한국 연극인 협회 주최의 3개월 연극 교육 코스를 지원하였으나, 신청자가 원 작가 하나뿐이라 그게 취소됐단다. 그때부터 원명희 작가는 직접 연극에 참여할 수 없어도 시나리오를 써서 이 분야로 뛰어들겠다며 발상을 전환했다. 원 작가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시나리오부터 찾아 읽어봤는데, 엉성한 이야기가 많아 크게 실망했다고 한다.

그 이후로 그는 시나리오 집필 작업에 계속 매달렸으나 처음에는 줄거리가 잘 나오지 않아 고생했다. 수월하지 않은 작업 탓에 잠시 유명한 소설가들의 역사적 장소를 둘러보는 여행 중, 문뜩 고재봉 살인사건을 떠올렸다고 한다. 그 뒤로 원 작가는 이 사건을 바탕으로 한 팩션(Fact+Fiction) 소설을 3개월 만에 빠르게 완성한다.

원명희 작가는 나팔봉을 통해 갈등 상황에서의 양심적 선택, 정의와 자비 사이에서의 갈등, 계층과 계급 사회에서의 인간이 가진 권력과 그것에 취한 인간의 적나라한 모습, 그리고 순간의 선택으로 어긋나버린 주인공을 중심으로 거짓과 진실, 또 용서와 사랑의 일면을 충실히 나타내었다.

작품을 읽고 마음을 열어 보인 독자들은 ‘내가 이렇게 다른 사람에게 가슴에 못을 박은 것이 없나?’ 생각하며 많은 공감을 표시한다고 한다. 심지어 작품을 읽고 크게 울어 원 작가를 찾아온 독자도 있었다. 그는 사회가 굉장히 각박하고 사람 뜯어먹는 곳이 되었다고 지적하며, 아주 천연덕스럽게 가면을 쓰고 상대방을 잡아먹는 문화가 팽배하였다고 진단한다. 그래서 원 작가는 독자들이 자신의 작품을 잃고 배려와 이해를 좀 더 하는 사회가 만들어졌으면 싶다는 소망을 나타내었다.

다음 작품 ‘기생 김영한’의 일대기를 준비 중

원명희 작가는 역사적 인물 ‘기생 김영한’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다음 작품을 구상 중이다. 그녀와 법정 스님, 그리고 삼청각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내어 시대를 드러내고자 하는 사명감이 있다고 한다. 원 작가는 당시의 시대 상황을 거론하며, 지금 젊은 세대는 박정희 정권의 시대를 너무 무시하고 역적으로 몰고 간다며 안타까워했다. 작가 스스로가 점심도 못 먹고 살아온 시대 속 인물로서, 시대적 어려움을 해결한 사람을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그는 항상 소설을 통해 시대를 다시 재조명하고 역사를 해석한다. 다음 작품이 될 김영한의 일대기도 ‘나팔봉’처럼 개인사를 통해 역사를 들여다보는 하나의 돋보기가 될 것이다.

원 작가의 소설 ‘나팔봉’은 내년 가을쯤 대학로에서 연극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그는 “부동산에서 고스톱이나 치는 그런 인생을 보면 개탄스럽다. ‘다 늙었는데 뭐 하나’ 이런 사고 싫어한다.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건 없다. 오래 담글수록 가치가 쌓이는 와인처럼 하나씩 해 나갈 예정이다.”라며 70세를 넘은 지금도 연극을 위해 미쳐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특수문자
hi

 
최신뉴스

서울시 영등포구 문래로83(문래동3가 82-25) 아라비즈타워5층 / 대표 02-753-2415 / 직)2678-2415 (서울라11584)

시사뉴스투데이소개 | 광고/제휴문의 |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무단수집거부 | 새소식

Copyright ⓒ 시사뉴스투데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