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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서점의 행복한 도전

서협문고 오명영 대표
기자명 : 편집부 입력시간 : 2018-04-09 (월)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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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가면서 아쉽게도 사라져가는 업종이 있다. 불과 15년 전 까지도 번듯한 명맥을 유지해왔던 비디오 가게가 그랬고, 만화방이 그러했다. 서점도 광화문, 종로의 대형 프랜차이즈 빼고는 전부 없어지는 줄 알았다. 학교 앞 작은 문방구 겸 서점에서 참고서를 구입하던 학생들도 이제는 인터넷 서점을 통해 다양한 종류의 문제집을 손쉽게 구입할 수 있게 됐다. 이 힘겨운 환경 속에서 독립 서점 생태계의 회복과 상생, 그리고 사회로의 환원 시스템을 구축한 사람이 있다. 서협문고의 오명영 대표(59)를 만나보았다.

서점협동조합의 줄임말 서협문고

인천의 한 서점 서협문고를 운영하고 있는 오명영 대표는 초창기 6평짜리 작은 서점에서 시작하여 현재까지 30년 넘도록 서점 업계에 종사하고 있다. 오명영 대표는 김대중 대통령 정권 하에서 도서 정가제가 사라졌던 시절 처음으로 서점 협동조합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책은 정가로 팔지 않아도 된다는 말은 곧 대형 자본이 책을 대량으로 싸게 구매해서 책을 더욱 저렴하게 팔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당시 인천에 400개가량 존재하던 서점들이 대부분 없어지고 현재는 약 60개의 개인 서점만이 운영되고 있다. 그나마도 학교 앞에서 문방구를 겸하고 있는 서점도 포함한 숫자이다. 당시 사단법인 한국 서점 연합회에서도 도서 정가제를 고수하지 못했다.

결국 작은 서점들끼리 연합을 해서 책을 더욱 저렴하게 매입하는 방법밖에는 남아있지 않았다. 대형 할인점은 책을 대량으로 구매하기에 더욱 저렴한 값에 매입할 수 있다. 그렇기에 책을 더욱 싼 값으로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것이다. 반면 독립된 개인 서점은 책을 소량 구매로 비싼 값에 매입하여 팔 때는 더 적은 할인율을 적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당시 인천에서는 하루 순수익이 10만원 이상인 서점이 20군데조차도 되지 않았다. 이 상태로는 작은 서점들이 모두 시장에서 도태될 것이라는 판단으로 오 대표는 뜻을 같이 하는 서점인들과 직접 협동조합을 만들어서 책을 대량으로 저렴하게 매입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협동조합 설립 후에도 우여 곡절이 많았죠.”

1997년 협동조합 설립하는 것조차 만만치 않은 등기비용, 외부 인사를 상무로 등용해야하는 법적문제 등으로 순탄치 않았다. 설립 후 초창기 협동조합은 비교적 무리 없이 순항했다. 하지만 160명의 조합원인 각 서점별로 수요가 많은 도서의 종류가 달랐기에 대량 구매로 단가를 낮추어보려는 최초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말았다. “초등학교 앞 서점은 주로 초등학교 참고서 및 문제집을 팔고, 중고등학교 앞 서점은 중고등학교 참고서 및 문제집등 수요가 많은 식이었죠.” 결국 2002년 협동조합은 해산하였다.

이후 2014년이 되어 부분적인 도서 정가제가 재도입되면서 독립 서점들이 다시 뭉쳐서 도전해볼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하지만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았다. 창고 개념의 인터넷 서점이 많아진 것이다. 지역 서점은 해당하는 일부 지역의 수요만 조달하는 반면, 인터넷 서점은 전국구로 시장을 확대해갔다. 불공평한 시장 상황에서 또 다시 독립 서점들이 뭉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오 대표는 20155월 현 인천서점협동조합을 서점인들이 모여 다시 설립하고 조합장 문인홍(미추홀문고대표)를 선출하고 오 대표는 부조합장으로 선출되었다.

 

난항 끝 안정권에 접어든 협동조합

문 조합장과 함께 오대표는 관공서, 공공도서관, 북 카페, 학교 등 정기적인 수요를 가지는 공공기관에 도서를 납품하기로 했다. 이 또한 납품 입찰 과정에서 편법을 사용하는 서점들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다. 오명영 대표 및 조합원들은 도서 시장의 불평등한 조건에서 비롯된 문제를 인천시에 제기했고, 결국 인천시는 2016동네서점 살리기 조례를 제정, 시행했다.

“1년에 인천시공공 도서관 및 교육청도서관 학교 도서관에서 고정적으로 약100억 정도 도서를 구입 하니까, 지금은 독립 서점들 상황이 대체로 좋아지고 있어요.” 그동안 도서관이 새로 설립되면서 책을 사서 읽는 수요가 줄었고, 인터넷 서점이 생기는가하면, 지면이 아닌 모니터로 책을 읽는 문화가 생겨나면서 서점 시장은 악영향을 받았다. 하지만 독립된 서점들이 서로 뭉친 결과 지금의 안정화 단계에 이르게 됐다.

 

받은 만큼 돌려주는 선순환 구조

오 대표는 이제 어느 정도 완성단계에 이른 서점 협동조합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 또한 제시했다. 인천 서점 협동조합은 지역에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책을 구입할수 있도록 2015년부터 매년 계양구에 500만원의 도서교환권을 기부했다. 협동조합이라는 틀을 이용해 얻을 수 있었던 이익의 일부를 떼어 다시 도움을 준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년 1억원 정도를 인천시 자치단체에 기부하고 있다. 어느새 인천 서점 협동조합에게는 사회적 기업이라는 칭호도 주어졌다. “협동조합을 통해 생기는 이익금에서 5%를 떼어 기부하는 데 쓰자고 조합원들끼리 합의를 했어요. 현재 저희는 고아원, 노인정, 도서관에 책뿐만 아니라 쌀 등의 생필품 형태로도 기부활동을 이어나가고 있어요.” 인천시에서 동네서점 살리기 조례를 제정하여 독립 서점 생태계를 끌어안지 않았다면 나타날 수 없었던 선순환 구조이다.

 

잇따른 벤치마킹

인천보다 먼저 협동조합을 설립한 부산, 울산에 이어 일산, 시흥, 광명, 청주, 제주, 순천, 파주, 등에도 지역 서점 협동조합이 생겼다. 인천시 서점협동조합이 본보기가 되어 다른 지역의 독립 서점 시장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인천시 서점 협동조합은 대형 서점에서만 가능한 전산작업을 협동조합을 통해 해결했다. 그로 인해 작은 서점도 많은 물량의 전산작업을 구현하게 되어 자유롭게 수주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그래서 아주 작은 문방구 겸 서점에서도 일반 베스트셀러를 어렵지 않게 매입하여 유통할 수 있게 되었다.

1988년도 20대 후반의 나이에 작은 서점을 운영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오 대표에게는 크고 작은 위기가 숱하게 찾아왔다. 그간 포기하지 않고 어떻게든 독립 서점 시장 전체에게 이로운 방향을 고민했다. 지금은 서점 업계가 안정적으로 존속할 수 있는 노하우를 쌓았고, 이를 다른 지역 협동조합에도 전파하고 있다. 탄탄하고 정직하면서도 대형자본과 대립할 수 있는 독립 서점의 바람직한 모델을 만들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오 대표가 기울였던 그간의 노고는 서협문고라는 이름에 함축되어있다. 서점 협동조합의 줄임말인 서협문고는 그렇게 탄생했다. 오 대표의 업계 공동체 의식은 불평등한 시장 구조에 속에서 대형자본과 맞설 수 있는 하나의 가능성을 창조하였다. 현재 인천의 지역 서점들의 재정적 상황은 점차 나아지고 있다.

 

취재 이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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