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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달 없어도 좋으니 범죄나 일으키지 말라

한국 국가대표 수영선수 몰카 사건
기자명 : 편집부 입력시간 : 2016-09-01 (목) 15:03
수영몰카 (1).jpg




경찰수사 받던 선수를 리우로 보내다
전·현직 수영 남자 국가대표 선수들이 진천선수촌 내의 여자 탈의실에 몰래 카메라를 설치하고 수년 간 여자 선수들을 촬영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8월 26일 성폼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전직 수영 국가대표 A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했다고 밝혔다. 2012년 런던올림픽과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 국가대표로 출전했던 A씨의 범행은 몰카 영상을 동성 친구인 C씨에게 보여주면서 발각됐다.
몰카 영상을 본 C의 고발로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A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해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A씨는 경찰에서 "호기심에 B씨와 함께 몰카를 설치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2016년 리우올림픽에 대표로 출전한 현역 국가대표 선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대표팀 코치진이 여자 선수들로부터 몰카 피해 사실을 이미 들었다는 장도  나오고 있다. 이 소문에 의하면 코치진들은 여자 탈의실 몰카 문제에 대해 알고 있었으나 올림픽 준비 등을 이유로 덮으려 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대표팀의 한 코칭스태프는 "지도자들과 얘기해봤는데 모두 최근에 알았다고 한다"면서 "4월에 소문이 돌았다는 것도 파문이 불거진 이후 면담과정에서 일부 선수에게 들었다"고 코치진이 이를 알았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또 수영 대표팀 관계자는 "외부에서는 소문이 돌았던 모양이다. 우리는 전혀 몰랐다. 당황스럽다"며 "A는 현재 허리가 아파서 병가를 낸 상태다. 소식을 듣고 전화를 해보니 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의 연맹 상황에서는 대표팀 지도자들도 오래갈 수 없다는 걸 다 안다"면서 "그런데 누가 그런 비난까지 들으면서 불명예스럽게 나가고 싶겠나"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심각한 분위기와는 달리 진상조사에 나서야 할 대한수영연맹은 손을 놓고 있다.
그 증거로 대한수영연맹 관계자들은 사건이 불거진 26일 오후부터 27일까지 연락이 닿지 않았다. 28일에야 힘겹게 연락이 닿았지만 연맹 관계자는 "사상 초유의 일이다. 소문만 무성하고 실체는 확인할 수 없다"며 "A와는 통화 자체가 안 된다. 국가대표 지도자들과 선수들에게도 확인하려고 하는데, 주말은 휴식일이었다. 선수들이 일요일 오후에 돌아오는 만큼 곧 진천에 내려가 확인할 예정"이라며 어쩔 수 없다는 변명만 늘어 놓았다.
이 같은 이유로 대한수영연맹은 리우올림픽 출전 선수들까지 입촌하면 29일부터 지도자와 선수들을 직접 만나 자체 사실확인에 들어갈 계획이다.
한편, 대표 선수들의 심각한 범죄혐의를 소식을 접한 대한체육회는 본격적인 진상조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브라질 리우에서 돌아오자마자 생긴 일이다. 당황스럽다. 주말이 겹쳐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정확한 것은 월요일에 다시 확인해봐야 한다. 문제가 지적됐기에 조사는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A씨는 2013년 충북 진천선수촌 여성수영 국가대표 탈의실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하고 촬영한 혐의로 입건돼 두 차례 경찰 조사를 받았다.
A씨는 경찰에서 "호기심에 1차례 설치했다"고 혐의를 인정하면서 "B씨도 함께 설치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선수는 2010년 중국 광저우 아시안게임, 2012년 영국 런던 올림픽,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등에 함께 국가대표로 출전했다. 리우 올림픽에는 B씨만 선발됐다.
최근 경찰은 B씨와 전화통화로 기초적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참고인 신분인 B씨는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경찰은 B씨의 소환조사에서도 진술 내용이 A씨와 계속 엇갈리면 두 사람을 대질신문하는 방안도 검토할 방침이다.
경찰은 A씨가 쓰던 노트북 컴퓨터를 압수해 서울지방경찰청에 디지털 증거분석을 의뢰했다. 분석 결과가 나오면 범행과 피해 내용을 자세히 파악할 계획이다.
A씨는 몰래카메라용으로 특수 제작된 카메라를 사용했고, 범행 후 폐기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가 몰래 촬영한 영상을 유포하거나 인터넷 등에 올린 정황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한편 몰래 카메라를 설치한 선수에 대한 추측이 분분하다. 이번 리우 올림픽에 출전한 국가대표 수영선수는 최규웅, 장규철, 정원영, 원영준, 다이빙의 우하람 등이다. 박태환 역시 출전했지만 이제까지 계속 개인훈련을 해왔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에 박태환일 가능성은 낮게 점쳐지고 있다.
대한수영연맹에 따르면 A씨는 지난 15일 선수촌 입촌 대상이었으나 입촌을 며칠 앞두고 3주 병가를 신청했다. 경찰 수사를 받던 때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리우올림픽에 출전한 B씨는 28일 입촌해야 하나 수영연맹은 몰카 파문으로 B씨가 다른 선수와 함께 훈련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판단, 일단 입촌 대상에서 제외됐다.
일각에서는 해당 선수가 불법 성인 사이트인 소라넷의 회원이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사건이 발생하기 전인 이번 8월 25일, 경찰 수사를 통해 서버를 폐쇄당하고 사라진 소라넷의 회원들이 대거 이동한 비밀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올림픽 수영선수를 봤다는 이야기가 나왔다는 것.

몰카의 왕국 한국
목욕탕이나 화장실을 몰래 카메라하는 식의 동영상부터 모텔에 몰래 카메라를 설치의 다른 이의 성관계를 훔쳐보는 것, 연예인의 성관계부터 아직 미성년인 중고등학생의 자위행위가 찍힌 동영상, 애인과 헤어진 남자가 자신을 찬 여자에게 복수하기 위해 자신의 얼굴만 가리고 배포한 리벤지 포르노까지.
현재 대한민국의 인터넷에서는 이런 종류의 범죄가 아주 자연스럽게 퍼져있고 또 아무 문제의식 없이 공유되고 있다. 한국에 이토록 몰카범죄가 만연한 이유는 무엇일까. 왜곡된 성의식이 그 문제의 원인이라고 생각된다. 
경기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경기도에서 발생한 몰카 범죄 발생 건수는 2012년 484건, 2013년 768건, 2014년 982건으로 매년 증가했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발생한 몰카 범죄만 해도 462건에 달한다.
작년에는 유명 워터파크 샤워실 등을 몰래 촬영한 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퍼져나가 경찰이 대대적인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다행히 몰카범죄가 많은 만큼 그 검거율도 높다는 것이 그나마 위안이 된다. 몰래카메라 범죄의 검거율은 2012년 73.6%(356건), 2013년 82.9%(637건), 2014년 90.8%(892건)이며, 2015년 7월까지 검거율은 97%(448건)에 달한다.


언제까지 표류할 셈인지?
한국수영은 이미 5개월째 표류하고 있다. 한국수영을 관장하는 대한수영연맹은 재정악화와 집행부의 불법비리 행위 문제로 지난 3월, 체육회 관리단체로 지정되어 모든 권리와 자격, 의무를 상실했다. 두 단체가 정상화할 때까지 체육회 관리단체라는 이름대로 전반업무는 대한체육회가 대신 관장한다.
그게 아니더라도 수영연맹은 이미 2월부터 문화체육관광부의 보조금 지원이 중단돼 사업을 제대로 수행할 여건도 되지 않는 상황이다.
국가대표 선수 선발 등을 둘러싼 금품거래와 공금횡령 등의 혐의로 연맹 전·현직 임원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져 집행부의 총사퇴로 정상적인 운영이 불가능하다. 임원과 감독 선임, 심지어 국가대표 선수 선발 등에도 청탁 명목으로 임원들 사이에서 뒷돈이 오간 것으로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검찰은 특히 국가대표 선발 등을 대가로 뒷돈을 챙긴 혐의(배임수재)로 기소된 대한수영연맹 정모(55) 전 전무이사에 대해서는 징역 7년 및 추징금 4억 4천여만 원을 구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 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12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정씨가 권한을 악용해 청탁을 들어주며 장기간 지속적으로 금품을 받았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아울러 "당초 예상했던 훈련비 편취 등 개인적 일탈을 넘어 수영계 핵심 임원들을 중심으로 지도자 선발 과정에 이르기까지 부정한 청탁이 난무했다"며 "비리 사슬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엄중한 형벌을 선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수사 중이던 싱크로연맹 이사 김모(45)씨의 비리의혹이 불거지면서 딸려 나온 사건이다. 당시 김 이사는 싱크로나이즈스위밍 국가대표 선발전 등에 손을 쓰는 대신 학부모들로부터 금품을 7000만 원을 수수 받은 혐의로 수사받던 중 ‘독자적인 행동이 아니라 정 전무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진술을 한 바 있다.
검찰은 또 선수 훈련비를 비롯해 공금 10억여 원을 빼돌려 도박에 쓴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로 기소된 연맹 전 시설이사 이모(47)씨에게 징역 7년과 추징금 4억 2천여만 원을 구형하기도 했다.
수구선수 출신인 이씨는 2004년 이후 수구 국가대표 상비군 코치·감독을 역임했으며 최근까지 전남 한 고교의 수구부 코치로 활동했다.
이처럼 훈련비를 빼돌리는 등 비리에 연루된 대한수영연맹과 지역수영연맹 관계자 8명에게는 10개월에서 3년6개월 사이 징역형이 구형됐다.
학연과 지연, 선후배 관계 등으로 맺어진 폐쇄적 조직에서 특정 인맥이 조직을 장악해 전횡한 결과였다. 훈련 환경이나 처우 개선에 써야 할 돈이 빼돌려지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선수들에게 떠넘겨졌다.
지난 3월 대한수영연맹 이기흥 전 회장은  물러난 뒤로 새 회장도 뽑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애초 7월 말에 새 회장을 선출하려 했으나 시도연맹 통합 작업이 지지부진하면서 이르면 9월 말에나 회장 선거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체육회는 "수영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 1개와 은메달 2개,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은메달 1개를 획득한 종목"이라며 "리우올림픽을 앞둔 중요한 시점에서 국가대표 경기력 향상 등 준비에 큰 차질이 우려된다"며 수영단체를 관리단체로 지정해 올림픽 준비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고 유정형 체육회 체육진흥본부장은 "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들에게 지장이 없도록 노력하겠다"며 "해외 전지훈련과 외국인 지도자 초빙 등 필요한 지원 방안이 있는지 검토해서 빠른 시일내 체육회가 직접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번 올림픽 결과를 보면 그도 신통찮았던 모양이다.
이번 대한민국 수영 국가대표 몰카 사건은 한국수영연맹이 체육회 관리단체로 결정되어 대한체육회의 관리를 받기 수년 전부터 이어지고 있었던 악행이다. 선장도, 조타수도 멀쩡히 있었음에도 제대로 관리되지 않았다는 증거일 것이다. 몰카를 하는 범죄자의 입장에서는 호기심에서 일어난 실수라고 변명하겠지만 피해자로서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심각한 일이다.
대한수영연맹이 정상화했다고 말하기 위해서는, 음지에서 아무도 모르게 자행되고 있었던 이런 범죄들을 먼저 뿌리 뽑아야만 한다.

김진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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