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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는 고등학교 야구부인가

승리 아닌 혹사와 부상만 가져온 김성근 감독
기자명 : 편집부 입력시간 : 2016-11-10 (목) 15:34

한화팬들이 시위까지 벌여가며 소환한 김성근 감독이었지만 야구계에서는 김성근 감독에 대한 맹비난이 거세다. 돈을 쓰고 선수를 혹사시켰으니 성과라도 나왔으면 그 위광에 체면치레가 되었을텐데, 그마저도 어렵게 된 상황에서 김 감독은 끝끝내 자리를 지키고 있다. 구시대적인 사고방식이 망치고 있는 팀 하나가 아니라 KBO 전체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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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김성근호 괴담

한화 김성근호는 현재 괴담과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주축 투수들을 혹사시켰다는 논란, 벌투 논란, 부상 은폐 논란부터 퀵후크 논란, 빈볼 논란, 외국인 선수 길들이기 논란, 말바꾸기 논란, 일본인 코치 중도사퇴 논란 등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워낙 혹사와 부상이 넘치다 보니, 지금은 한화를 관조하는 외부의 시선도 어지간한 혹사나 부상엔 둔감해져 버렸다.

한화의 괴담 행렬은 2군 훈련장이 있는 서산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최근 ‘엠스플뉴스'의 취재에 따르면, 한화 2군에서 인권침해 소지가 매우 강한 숙소 규율이 강요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여러 정황을 살펴볼 때 이 규율이 특정 선수를 괴롭히기 위한 목적으로 김성근 한화 감독의 지시에 의해 만들어진 것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큰 파문이 예상된다.

사건의 발단은 다음과 같다. '2016 KBO리그' 정규시즌 후반기가 한창이던 9월 말, 서산 숙소에서 합숙하는 한화 2군 선수단은 1군으로부터 ‘공지사항’이라는 제목의 문서를 전달 받았다. 여기에는 2군 숙소에서 선수 생활을 규제하는 각종 금지사항과 벌금 내용이 나열돼 있었다. 기존 한화 선수단 내규와는 전혀 무관한, 새로운 금지사항이 대거 추가된 것이었다.

이 ‘공지사항’에는 ▲23:30~00:00 이후 타 호실 출입금지 및 취침 ▲한달에 한번 휴식일 외박가능 ▲선수단 휴일(매주 월요일) 외박금지. 일요일 클럽하우스 복귀시간 23:00 ▲2층 비상구, 실내연습장 뒷문 출입금지(CCTV 확인) - 적발시 징계 및 벌금 부과 ▲각 호실 정리정돈 및 청결상태 불량시 벌금 부과 ▲클럽하우스 내 음주, 도박시 징계 및 벌금 부과 ▲시간 엄수 07:50 기상 08:00 산책 및 조식 ▲공지사항 위반시 벌금 1차 100,000원 2차: 300,000원 3차 및 코칭스탭 지시 불이행: 1,000,000원 및 퇴소조치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한화 선수들은 이 공지사항이 기존 선수단 내규에는 없던 내용이라고 증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타호실 출입금지'와' 2층 비상구 및 실내연습장 뒷문 출입금지'는 종전까지 구두로 전달했던 권고사항이었으나, 이 시기 벌금을 부과하는 금지항목으로 변경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화의 한 선수는 “이전까지 다른 방 출입금지는 점호 시간이 지나면 잠든 사람이 있을 수 있으니 가급적 다른 방에 드나들지 말라는 취지의 권고였다. 또 역시 이전까지 비상구와 뒷문 출입금지도 2군 관계자가 ‘큰 길 놔두고 굳이 왜 뒷길로 다니냐’고 훈계하는 정도였지, 감시를 하거나 벌금을 매기는 항목은 아니었다”고 전했지만 여론의 반응은 좋지 않다.

선수단의 휴일 외박을 금지하고, 외박을 월 1회로 제한하는 규정도 새로 추가됐다. 종전에는 매주 휴식일인 월요일마다 1회 외박이 허용됐다. 하지만, 월 1회로 바뀌면서 '기혼 선수'들이 크게 당혹해 했다는 후문이다. 프로야구 선수협의회 김선웅 사무국장은 "엄밀하게 따지면 프로 선수에게 '외박'이라는 개념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 군대나 경찰 조직도 아닌데, 의무적으로 숙소에 들어갈 것을 강제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실제로 다른 구단 2군 내규와 비교해도 한화의 '월 1회 외박'은 지나치게 가혹한 규제란 평이 지배적이다. 지방 A구단 관계자는 “외출이나 외박에는 특별히 제약을 두지 않는다. 나갈 때 외출 목적만 밝히고, 다녀온 뒤 서명만 하면 된다”고 전했다. 덧붙여 “숙소 내 특정한 통로로 드나들면 벌금을 매기는 식의 규제는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수도권의 B구단 역시 “사전에 보고만 이뤄지면 외출이나 외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CCTV에 대해서는 “숙소 내에 설치돼 있지만, 선수 감시용으로 사용하지는 않는다. 선수들이 싫어할 뿐더러, 과거 롯데 사례처럼 인권침해 소지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수도권의 C구단은 아예 매주 선수단 휴식일마다 ‘의무적으로’ 외박을 하도록 정해놓고 있다. 이 구단 관계자는 “선수들도 성인이고 자기 생활이 있다. 계속 숙소에만 갇혀 운동만 해서는 능률도 오르지 않을 뿐더러, 부작용이 더 많다”고 설명했다.

수도권 D구단 역시 매주 일요일에서 월요일 사이 휴식일에 선수단의 외박을 보장한다. CCTV를 통한 동선 감시에 대해서는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한화 2군처럼 선수들의 휴식일 외박을 금지하고, 외박 횟수를 월 1회로 제한한 구단은 찾아볼 수 없다.

서울지역 한 고교 야구부 감독은 한화 2군 ‘공지사항’에 대해 듣고는 몇 차례나 “정말이냐?”고 되물은 뒤 “프로가 맞는지 모르겠다”고 혀를 찼다. 이 감독에 따르면 서울지역 야구부는 교육청 방침에 따라 합숙훈련을 1년에 2회로 제한하고 있다. 또한 합숙을 하더라도 각종 내규는 코칭스태프가 자의적으로 정한 규제가 아닌 ‘학교교칙’에 따르게 돼 있다. “프로 선수들을 고등학교 선수만도 못하게 여기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이 감독의 뼈있는 지적이다.

어떤 면에서는 한화 2군 숙소 ‘공지사항’의 비교대상은 같은 프로팀보다는 아마추어인 고교 야구팀이 더 어울릴지 모른다.

인권침해와 불법 공지사항

더 심각한 문제는, 한화 2군의 ‘공지사항’에 각종 인권침해와 불법적 요소가 매우 많다는 점이다. KBO(한국야구위원회)에서는 구단과 선수 간에 작성하는 통일계약서를 마련해 두고 있다. 선수 본인이 동의하고 서명한 이 통일계약서에 포함되지 않은 각종 규제와 금지는 위법 소지가 크다는 게 법률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정부기관인 '국가인권위원회'는 “KBO 통일계약서에 구단 측의 각종 내규를 정당화할 만한 어떠한 조항도 발견하지 못했다. 선수가 따라야 할 법적 의무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프로야구 선수협의회 김선웅 사무국장도 "선수단 내규는 계약서는 물론 KBO 규약이나 하위 규정에도 없는 내용"이라며 "선수 사생활에 일일이 제약을 가할 법적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CCTV를 선수들의 이동을 감시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한 것은, 현행법상 심각한 불법에 해당한다는 게 법률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개인정보보호법 제25조에 의하면 영상정보처리기기(CCTV)의 설치, 운영이 범죄 예방 및 수사, 시설안전 및 화재 예방, 교통단속 및 교통정보처리에 필요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공개된 장소에 대한 CCTV의 설치가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목욕실, 화장실, 발한실, 탈의실 등 개인의 사생활을 현저히 침해할 우려가 있는 장소의 내부를 볼 수 있도록 영상정보처리기기를 설치·운영하는 것 역시 금지돼 있으며 위반시 5,000만원 과태료가 부가된다.

또 영상정보처리기기운영자는 영상정보처리기기의 설치 목적과 다른 목적으로 영상정보처리기기를 임의로 조작하거나 다른 곳을 비춰서는 안 되고, 녹음기능은 사용할 수 없다. 이를 위반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가되는 중죄다.

법무법인 세종의 정재욱 변호사는 “숙소는 경기나 훈련 등 일과와 무관한 시간에 선수들의 휴식과 사생활이 보장돼야 할 장소”라며 “이런 장소에서 CCTV를 통해 감시한다는 것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해 헌법상 사생활의 비밀과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관도 "CCTV는 시설물 보호와 화재 경비에만 사용될 수 있고, 선수단 입출입에 사용돼선 안 된다”며 "만약 CCTV에 적발되어 벌금을 낸 선수가 있다면 더욱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물론 '단체생활을 하는 운동선수들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반론이 나올 수 있다. 내규 가운데 다수는 선수단을 제약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선수단의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볼 여지가 있다. 실제로 대부분의 프로야구 구단은 선수단 자체적으로 내규를 정해 이를 시행하고 있다. 내규의 세부 내용이 구단마다 조금씩 차이가 나는 건 그래서 이상할 게 없는 일이다. 구단 상황에 따라서는 다른 구단보다 좀 더 강도높은 규제가 포함될 여지도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여기에도 정당한 절차가 있다. 일반적으로 프로야구팀 선수단 내규는 선수단 운영위원회를 통해 선수단이 자체적으로 정한다. 구단 측에서 정한 내규 역시 선수단에 사전에 공지하고 필요성을 알리는 절차를 거친다.

그러나 한화의 공지사항은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만들어졌고, 일방적으로 하달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한화 2군 관계자 중 상당수는 이 공지사항의 존재에 대해 잘 몰랐거나, 누구의 지시로 공지사항이 정해졌는지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인권위는 작년에도 선수단이 묵는 숙소호텔 CCTV를 통해 선수들을 사찰한 롯데자이언츠에 중대한 사안이라며 경기나 훈련과 무관한 시간에 선수들의 휴식과 사생활을 보장해야 할 숙소에서 CCTV를 통해 감시한 것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해 헌법상 사생활의 비밀과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행위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인권위는 프로야구뿐 아니라 스포츠계 전반에서 선수의 인권보호보다는 선수에 대한 효율적 관리·통제를 우선시하는 관행의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판단하고 이에 따라 프로야구 현장에서 이런 관행이 개선될 수 있도록 경기를 주최하고 프로야구 발전을 저해하는 행위에 대한 조치 권한을 갖는 KBO 총재에게 '스포츠 인권 가이드라인' 권고의 취지에 맞는 재발방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표명하기도 했다.

무통주사까지 맞아가면서 버틴 권혁, 이젠 인권유린

한화 2군의 한 선수는 처음 공지사항을 받은 시기를 9월 하순으로 기억했다. 2군에 있다 시즌 후반 1군에 승격된 한 선수도 “서산 동료들에게 9월 말 들어 갑자기 숙소 생활이 ‘힘들어졌다’는 말을 들었다. 다시는 2군에 내려오지 말라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증언했다.

9월은 팔꿈치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투수 권혁이 서산 2군 숙소로 내려가 생활한 시기다. 한화 2군에 '선수단 내규에도 없는' 공지사항이 추가된 건 권혁의 2군행과 밀접한 관계가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권혁은 2015시즌을 앞두고 FA(자유계약선수) 자격으로 한화 유니폼을 입은 뒤 두 시즌 연속 강행군을 이어갔다. 2015년 개막전부터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2016년 8월 23일까지 리그에서 가장 많은 144경기에 등판, 리그 불펜 투수 중 최다인 207.1이닝을 투구했다. 이 기간 권혁의 투구이닝은 리그 선발투수까지 모두 포함해도 21위에 해당하는 많은 수치다. 결국 8월말 팔꿈치 통증이 찾아왔고, 8월 24일자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한화 관계자에 따르면, 김성근 감독은 권혁에게 무통주사를 맞으면서 1군에서 던질 것을 요구했다. 권혁 입장에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였다. 한화 선수들에 따르면 권혁은 이미 1군 말소 당시 동료들에게 “올 시즌 더 이상 던지기 힘들 것 같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였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은 여전히 권혁이 2군에서 몸을 추스른 뒤 다시 1군에 올라와 던지기를 원했다. 그때마다 권혁은 "주사까지 맞으면서 던질 몸이 아니다"라고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김 감독이 크게 분개했다는 후문이다.

김 감독은 이전에도 윤규진, 안영명, 배영수 등 부상 선수들에게 계속 1군에서 던질 것을 요구한 뒤, 선수들이 따르지 않으면 감독의 권한을 이용해 '보이지 않는 압력을 행사했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2군으로 내려간 권혁은 후배 선수들과 함께 서산에서 숙소 생활을 해야 했다. 권혁은 젊은 후배들과 달리 이미 결혼해서 자녀와 가정이 있는 선수였다. 한화 선수단 내에서는 권혁의 2군행 이후 공지사항이 추가된 점을 들어, ‘외박 금지’ 등의 조항이 권혁을 의도적으로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권혁 본인도 2군으로 내려간 뒤 가족과 시간을 보내기 어려운 상황이 되자 매우 힘들어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한화 내부 관계자는 "권혁이 집에 가고자 했으나, 2군 코칭스태프의 제지로 못 간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한화 2군에서 공지사항 형태로 강요된 규제는 명백히 불법이다. 인권침해는 물론 노동법 위반의 성격이 짙다. 뿐만 아니라 이를 팀의 수장이 정당한 절차 없이 자의적으로 만들어 지시했다면, 또한 자신의 부당한 요구를 따르지 않는 선수를 괴롭히기 위한 목적으로 지시했다면 매우 심각한 문제다.

김성근 감독이 팀을 맡은 2년간 한화는 온갖 괴담과 논란 속에 부정적인 화제의 중심에 섰다. 한화 구단은 김 감독 거취와 관련해 여전히 말을 아끼고 있다. 그러나 '전권'과 '통제받지 않는 무한 권력'이 어떤 악영향을 주는지 대한민국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많은 야구인은 한화가 입을 열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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